일러스트=김의균

지난 7월 상법이 개정되면서 기업은 모든 주주의 이익을 보호할 의무가 생겼습니다. 사실상 대주주와 소액 주주 사이의 차별이 무너진 셈입니다. 내부 거래, 중복 상장과 같은 관행은 물론 투자·인수합병(M&A)과 같은 경영 활동까지 ‘주주 감시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한국이 자본시장 활성화의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주총의 풍경도 이미 바뀌고 있습니다. 무난히 통과되던 안건들이 주주 서한과 반대 의결권에 가로막히고,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도 ‘주주 가치 제고’ 원칙에 맞춰 냉정하게 표를 행사하려는 흐름이 뚜렷해졌습니다.

그동안 ‘성역(聖域)’으로 여겨졌던 임원 보수도 더 이상 예외가 아닙니다. 미국에서는 최고경영자(CEO) 보수의 70% 이상이 주가 연동형으로 책정되지만, 한국 기업은 주가와 상관없이 CEO가 고액 연봉을 받는 경우가 적잖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대법원이 한 식품 기업 대표의 ‘셀프 보수 한도 승인’을 제지한 판례처럼 이런 관행에도 제동이 걸리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주주 이익에 반하는 경영진의 의사 결정, 임원 인사·보수 문제는 계속 도전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방어가 아니라 선제적 소통입니다. 핵심은 주주에 대한 보상입니다. 주가 상승률과 배당률을 합한 총주주수익률(TSR)을 기준으로 삼고, 글로벌 투자자들이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연간 10~15% 수익률을 달성할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계획엔 세 가지 요건이 필요합니다. 첫째, 매출·이익 전망과 더불어 미래 비전이 뚜렷한 성장 로드맵을 마련해야 합니다. 둘째, 향후 3년 동안의 현금 흐름과 투자·배당·자사주 매입 간 배분 계획을 투명하게 밝혀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 목표와 개선 방안을 수치화해 제시해야 합니다.

자본시장 활성화는 정부와 기업이 함께해야 완성됩니다. 정부가 먼저 제도적인 기반을 마련했고, 이제는 기업이 응답할 차례입니다. 주주의 시대, 한국 기업의 해법은 주주 가치를 1순위로 두는 리더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