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요 유통·소매 업체들이 최근 잇따라 2분기 실적을 내놨다. 지난 19일 홈디포를 시작으로, ‘미국 소비 심리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월마트까지 발표가 이어지며 시장의 관심이 쏠렸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가 본격화된 시점과 맞물리면서, 관세 부담이 실제로 대형 소매 업체의 실적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이목이 집중됐다. WEEKLY BIZ는 지난 19~21일 실적을 공개한 월마트·홈디포·타깃·로우스·TJX 등 다섯 업체의 자료와 실적 발표회 발언을 종합해 관세가 미국 대형 소매업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쳤는지, 또 소매 업체들이 어떤 대응 전략을 내놓고 있는지 분석했다.
◇월마트, 관세 부담 떠안는 전략
필수 소비재를 유통하는 기업 사이에서는 얼마나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고 가격 경쟁력을 유지했는지에 따라 희비가 교차했다. 미국 전체 소매 업체 가운데 매출이 가장 큰 월마트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한 1774억달러(약 246조원)를 기록했다. 월마트 측은 관세 여파에도 수입 상품의 약 10%만 가격을 올렸고, 나머지 품목에 대해서는 인상 요인을 자체적으로 떠안았다. 즉 납품 업체와의 계약 조정이나 물류 효율화, 이익 마진 일부를 줄이는 방식으로 관세 부담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지 않고 회사 내부에 흡수했다는 뜻이다. 월마트는 이 같은 전략이 매출 확대에 기여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구체적으로 월마트는 품목 7400개의 가격을 내렸는데, 전 분기보다 2000개 증가한 수치다. 특히 식료품 부문에서 가격 인하 품목 수를 전년 대비 30% 늘려, 관세로 인한 고물가 쇼크를 막는 데 주력했다. 존 데이비드 레이니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품목별·카테고리별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월마트 측은 “전국 평균보다 가격 인상 폭을 낮게 유지하기 위해 충분한 비용을 (내부적으로) 흡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보험금 관련 4억5000만달러 규모의 일회성 비용 탓에 8.2% 줄었다.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조정 주당순이익(EPS)이 3년 만에 시장 예상치를 밑돈 0.68달러로 나타나면서 실적 발표 당일 월마트 주가는 4.5% 하락 마감했다.
◇관세 대응에 엇갈린 희비
대형 소매 업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실적을 발표한 것은 TJX였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한 144억달러를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16억5000만달러로 12.2%나 늘었다. TJX는 ‘오프 프라이스(off price) 스토어’ 방식의 체인 TJ맥스, 마셜스, 홈굿즈를 운영한다. 오프 프라이스란 유통사가 이월 상품을 직접 매입해 대폭 할인 판매하는 영업 방식을 말한다.
TJX는 관세 부과를 앞두고 다른 소매 업체들이 미리 주문한 뒤 소화하지 못해 떠안은 과잉 재고를 대량 확보하는 전략을 취했다. 이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한 결과, 2분기 동일 매장 매출이 4% 성장했다. 또 중국 의존도가 전체 조달 상품의 20%에 그친 것도 관세 영향을 피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했다. 어니 허먼 TJX 최고경영자(CEO)는 “우리의 유연한 오프 프라이스 비즈니스 모델이 다양한 경제 환경에서 성과를 내는 데 큰 이점으로 작용했다”며 “구매자들에게 우수한 품질의 브랜드 상품을 합리적 가격에 제공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반면 타깃은 대형 소매 업체 5곳 가운데 2분기 실적이 가장 부진했다. 매출은 252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0.9% 줄었고, 영업이익은 19.4% 급감했다. 동일 매장 매출은 1.9% 감소했다. 가전·의류 부문 등에서 재고 소비가 더뎠던 점이 문제로 지목했다. 타깃도 나름대로 저가 신상품(1~20달러짜리)을 확대하고 시즌 프로모션으로 소비자 끌어들이기에 나섰고, 식품·생활필수품 등의 재고 소비는 원활했지만 손해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로이터와 CNBC 등 외신은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보다 꼭 필요한 것을 사는 분위기가 강해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타깃의 문제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경쟁 업체보다 비싸다’는 인식이 고착화됐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마이클 피델키 신임 CEO는 “지난 몇 년 동안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소비자 지출을 압박했다”고 설명했다. 실적 발표 당일 타깃 주가는 6.33% 급락했다.
◇건설 경기 영향받은 홈디포·로우스
건축 자재, 공구 등 주택 개조 용품을 주력으로 하는 홈디포와 로우스의 실적은 관세로 인한 직접적 영향보다는 주택 건설 경기가 영향을 미쳤다. 홈디포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한 453억달러, 영업이익은 0.3% 늘어난 65억5000만달러였다. 테드 데커 홈디포 CEO는 지난 분기 매출 성장의 원동력으로 소규모 주택 리모델링 확대를 꼽았다. 자신의 집을 직접 개·보수하는 DIY(Do It Yourself·상품 제작과 수리 등을 직접 하는 것) 고객이 늘었다는 것이다. 다만 데커 CEO는 “고금리 기조와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대형 프로젝트는 여전히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건설 경기가 매출 억제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로우스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1% 늘어난 240억달러, 영업이익은 0.6% 늘어난 34억7000만달러였다. 경쟁사인 홈디포에 비해 성장이 정체됐지만 로우스 역시 DIY 부문에서 견조한 판매를 보였다.
두 회사 모두 관세의 영향은 크지 않았다. 홈디포 측은 “판매하는 제품 중 최소 절반 이상을 미국 내에서 조달한다”며 무역 환경 변화가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로우스 역시 “판매 제품의 60%가 미국에서 생산된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제품은 20%에 불과하다”고 했다.
◇향후 전망은
최근 실적을 내놓은 미국 대형 소매 업체들이 전반적으로 예상보다 가격 경쟁력을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 주요 업체들은 “가격 인상은 최소화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다만 3~4분기 관세 부담이 소비자 가격과 수익성에 어떤 형태로 번질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월마트는 관세로 인한 비용 증대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봤다. 레이니 CFO는 “상품 원가 상승과 그에 따른 재고 회계 영향이 당초 예상보다 덜할 수 있다”면서도 “수요 둔화 위험이 큰 고가 품목의 주문량을 줄이고, 잘 팔릴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은 조기 발주하는 등 수급 관리에 나서겠다”고 했다.
홈디포는 일부 수입품의 관세율이 상당히 높아졌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 영향은 몇몇 카테고리에서의 소폭 가격 변동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처드 맥페일 CFO는 “현행 연간 가이던스에 관세로 인한 추가 압박을 이미 반영해 둔 상태”라고 설명했다.
TJX 역시 현재의 미국 수입 관세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가정하고, 3~4분기와 연간 가이던스에 추가 관세 부담을 이미 반영했다고 밝혔다. 반면 이번 분기 타격을 입은 타깃 측은 “일회성 관세 비용의 대부분이 2분기에 발생했다”며 하반기에는 전년 대비 유리한 기저 효과를 기대했다. 릭 고메즈 타깃 최고사업책임자(CCO)는 “가격 인상은 최후의 수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