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네바다주 동쪽 사막 지대에선 요즘 데이터센터 건설이 붐을 이루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데이터센터 부지로 90만㎢가 넘는 땅을 사들였고, 이미 네 곳의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인 애플도 추가 확장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오픈AI도 참전을 검토 중이다. 황량했던 사막이 거대한 ‘데이터센터 도시’로 변모하고 있는 셈이다. 네바다주는 이처럼 글로벌 데이터센터 허브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지만 동시에 미국에서 가장 메마른 땅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AI) ‘골드러시’가 몰고 온 데이터센터 열풍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먹고’ 자라는데, 이 데이터를 저장·관리하는 서버 수만 대를 모아둔 곳이 바로 데이터센터다. AI가 학습하고 추론하는 ‘공장’인 셈이다. 이 같은 데이터센터 증설은 앞으로도 계속될 모양새다. 포천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은 지난해 2427억달러(약 338조원)에서 2032년 5848억달러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하지만 데이터센터가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최근엔 각종 부작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기·물 사용량으로 인근 지역의 에너지 비용이 치솟고, 지하수 고갈 등 환경 파괴 우려까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WEEKLY BIZ는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그늘을 살펴봤다.
◇전기도 물도 집어삼키는 하마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린다. 마치 냉장고 문을 닫지 않고 365일 내내 돌리는 것처럼 데이터센터 내 서버를 비롯한 각종 정보통신(IT) 장비들은 쉼 없이 전기를 소비한다. 미국 테크 설루션 업체 C&C 테크놀로지그룹은 “서버의 연산, 저장 장치의 데이터 보관과 네트워크 장비의 데이터 송수신 등은 모두 전기가 필요하다”며 “데이터센터는 일반적으로 1㎡당 연간 약 1000킬로와트시(KWh)의 전기를 사용하는데 이는 동일 면적 기준으로 일반 미국 가정 전기 소비량의 열 배에 달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더구나 데이터센터가 소모하는 건 전기만이 아니다. 데이터센터의 IT 장비들이 전기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뜨거운 열이 발생하는데, 이를 식히기 위해 막대한 양의 물도 쏟아부어야 한다. 그러나 데이터센터의 온도를 낮출 때 사용하는 냉각 장치 역시 전기로 가동되기 때문에 데이터센터는 태생적으로 에너지를 끝없이 소비하는 ‘악순환’을 피할 수 없다.
상황은 이렇지만 세계 곳곳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며 데이터센터 산업의 에너지 사용량은 갈수록 커질 조짐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은 지난해 415테라와트시(TWh·한국 연간 전력 사용량은 600TWh 정도)로 집계됐는데, 2030년에는 이보다 2.3배 수준으로 늘어난 945TWh에 달할 전망이다. IEA는 같은 기간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물 사용량도 5600억리터에서 1조2000억리터로 2.1배 커진다고 내다봤다.
◇에너지값 부추겨 인플레이션 자극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에너지 사용은 자연스레 에너지값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각 지역에서 보관·생산하는 에너지의 양은 한정돼 있는데, ‘전기 먹는 하마’가 등장하면서 에너지가 빠르게 소진돼 요금이 치솟는 것이다. 시사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소도시 하나만큼의 전력을 사용하는 기가와트급 데이터센터 건설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며 “2025년 들어 미국의 평균 전기 요금은 7% 올랐는데, 이는 부분적으로 데이터센터가 전력망에 준 추가적인 부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가 주거비를 올려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등 지역 경제에 피해를 주고 있단 주장도 나온다. 미시간대 포드스쿨(공공정책대학원)의 벤 그린 교수는 지난달 ‘동네에 데이터센터가 오면 어떤 일이 벌어지나’라는 보고서에서 “AI 업계는 ‘데이터센터가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적극 홍보했고, 미시간주를 포함한 여러 주는 데이터센터 건설을 장려하기 위해 세금 감면 제도를 도입했다”며 “하지만 실체를 보면 데이터센터는 장기적인 고소득 일자리를 거의 제공하지 못했고, 오히려 에너지 비용을 높이는 등 주거비 부담만 키웠다”고 지적했다.
◇확산되는 환경 파괴 우려
환경 파괴 우려도 커지고 있다. “물 마시기가 두려울 정도입니다.” 미국 조지아주의 한 데이터센터에서 366m 떨어진 곳에 사는 주민 모리스씨는 최근 BBC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데이터센터가 지어진 이후 수돗물에서 침전물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이유다. 이처럼 인근 주민들 사이에선 데이터센터로 인한 지하수 오염·고갈 등 환경 문제를 걱정하는 이들이 적잖다. 데이터센터는 서버 냉각을 위해 대량의 지하수를 끌어다 쓰는데, 이 과정에서 담수가 고갈되고, 냉각을 거친 물은 사실상 재사용이 어려운 폐수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은 “데이터센터 냉각에 사용되는 담수는 일부는 증발하고 남은 대부분은 폐수가 된다”며 “이 폐수는 화학 물질 등으로 오염된 경우가 많아 냉각 효율도 떨어지고 재사용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병호 고려대 AI 연구소 교수는 “AI 붐을 뒷받침하기 위한 데이터센터 증설은 불가피하다”면서도 “빅테크들은 데이터센터의 규모를 늘리는 것뿐 아니라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에너지 사용 효율을 높이는 등 지속 가능성을 위한 혁신 기술에 투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