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김의균

“올해 전 세계 직장인들은 화상 회의나 이메일, 사내 메신저 등을 통해 하루 평균 275건의 업무 연락을 받았습니다. 이미 업무 과부하에 시달리고 있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직원들에게 더 높은 생산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쏟아지는 업무를 감당하며 동시에 성과를 높이려면, 직장인들은 결국 인공지능(AI)을 손발처럼 활용하는 ‘AI 보스(boss)’가 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콜렛 스톨바우머 마이크로소프트(MS) 제너럴 매니저 겸 워크랩(Work Lab) 공동 창립자는 최근 WEEKLY BIZ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MS 워크랩은 글로벌 직장인의 업무 동향 및 변화를 분석하는 연구 기관으로, 매년 이를 담은 ‘업무동향지표(Work Trend Index· WTI)’를 발표한다. 최근 발간한 WTI는 31국, 3만1000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직장인들이 겪고 있는 ‘일이 끝나지 않는 하루’의 해법으로 AI 에이전트를 꼽았다.

◇끝없는 업무의 대안으로 등장한 AI

-올해 일터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올해 기업 환경은 녹록지 않았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일터도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일자리가 줄어드는 등) 노동시장은 흔들렸고, 경영진 사이에서는 업무 효율화를 위해 ‘AI 도입을 본격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빠르게 형성됐다. 이에 직장인들은 자신의 역할과 미래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기업들이 AI를 서둘러 도입하려는 이유는.

“직원들의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올해 글로벌 직장인 3만1000명에게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80%는 ‘근무에 쏟을 에너지와 시간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실제로 최근 1년 동안 세계 곳곳의 직장인들은 하루 평균 117통의 이메일과 153건의 업무 메시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과도한 업무에 허덕이고 있는 셈이다. AI는 이렇듯 쏟아지는 업무 연락을 효과적으로 관리·요약해 줌으로써 사람들이 보다 생산적인 일에 집중하도록 도울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과 AI의 역할은 어떻게 구분되나.

“AI는 반복적이고 세세한 업무를 맡고, 인간은 전문성과 판단력이 요구되는 일을 하는 게 가장 이성적이다. 우리 팀의 한 연구원은 세 개의 AI 에이전트를 조수처럼 부리면서 일한다. 첫째 AI 에이전트로 자료를 찾고, 둘째로 데이터를 정리·분석하며, 셋째로 회의에 쓸 브리핑 내용의 초안을 만드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연구원은 마치 지휘자처럼 각 AI 에이전트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점검하면서 일의 효율을 극대화한다.”

◇“기업 1%만 AI 제대로 활용”

-기업들은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

“가령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AI 에이전트로 고객사들의 ‘온보딩(고객 전산 등록)’ 대기 시간을 90% 줄였고, 직원들이 도맡아온 각종 행정 업무도 30%가량 덜어냈다. 현대글로비스는 MS의 AI 서비스를 이메일 관리 등에 활용하면서 전체 업무 시간의 20%를 줄일 수 있었다.”

-AI 활용 과정에서 문제는 없나.

“아직까지는 AI 활용이 일부 ‘수퍼 유저(super user)’에게 집중된 경향이 있다. 전체 기업을 놓고 보면 단 1% 정도만이 AI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고 본다. AI가 진가를 발휘하려면 리더와 일선 직원을 불문하고 모두 일상적으로 AI를 부리는 ‘에이전트 보스’가 돼야 한다.”

-AI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들 우려는 없나.

“AI가 단순 업무를 대체하면서 그런 걱정이 나오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AI는 오히려 더 많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본다. 물론 현재로선 어떤 일자리가 어떻게 등장할지 뚜렷하게 알 수 없다. 마치 소셜미디어가 처음 나왔을 때랑 비슷하다. 당시만 해도 (플랫폼 운영, 데이터 관리 등) 소셜미디어 운영을 위해 다양한 일자리가 나올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지 않았나.”

-한국 기업의 AI 활용 역량을 평가하자면.

“한국의 주요 기업에 설문을 진행했더니 경영진(리더)의 70%는 ‘AI 에이전트가 익숙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직원들 중에서 이와 같이 답한 이들은 32%에 불과했다. 직급에 따른 격차가 적잖은 셈이다. 이런 ‘AI 능숙도 격차(AI fluency gap)’는 전 세계적 현상이다. 이를 극복하는 것이 기업들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본다.”

콜렛 스톨바우머 마이크로소프트 제너럴 매니저/M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