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라타 목장 홈페이지 캡처

‘히라타 목장’이란 이름의 식당은 도쿄역 앞 키테(Kitte) 건물 6층 식당가에 있다. 식당에서 우유만 팔지는 않을 것이고, 소고기 전문점이라도 목장이란 이름은 잘 안 쓸 터인데, 도대체 뭘 파는 곳인지 궁금했다. 알고 보니 돈가스, 돼지고기 샤부샤부를 파는 곳이었다. 가격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돈가스는 3800엔(약 3만6000원), 돼지고기 샤부샤부 코스 요리는 무려 1만2000엔이다. 이러한 금액에도 손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맛이다. 맛이 없으면 아무리 서비스, 청결, 친절에서 만점을 받아도 재방문하지 않는다. ‘히라타 목장’ 맛의 비결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히라타 목장의 창업자 닛타 가이치(新田嘉一)는 쌀농사 집안에서 태어났다. 1953년,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돼지 두 마리로 양돈업에 뛰어들었다. 앞으로 일본의 소득 수준이 오르면 식습관이 탄수화물에서 단백질로 바뀔 것이고, 돼지고기를 찾는 사람이 늘 것이라고 본 것이다.

/히라타 목장 홈페이지 캡처

이왕 시작한 사업, 최고의 돼지고기를 만들어야 함은 당연한 것 아닌가. 이를 위해 먼저 품종 개량에 도전했다. 오늘날 흔히 3원종이라 불리는 교배 방식을 기본으로 했다. 랜드레이스(L)와 요크셔(Y) 사이에서 1세대 교배종을 만든 뒤, 이 중 암컷과 수컷 듀록(D)을 교배해 LYD라는 종을 만드는 방식이다. 히라타 목장은 이미 1970년대부터 한발 더 나아갔다. 돼지 품평회에서 고향 야마가타현 돼지보다 두 배 이상의 가격에 팔리던 가고시마현 버크셔의 존재를 알게 된 후, 버크셔 모돈을 구매했다. 생산 효율보다는 맛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실험에 실험을 거듭했다. 그 결과, 암컷 랜드레이스와 수컷 듀록 사이에서 1세대 교배종을 만든 뒤, 이 중 암컷과 수컷 가고시마현 버크셔를 교배시키면 가장 맛있는 돼지고기가 탄생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다음은 사료에 도전했다. 특히 ‘쌀로 키운 돼지’란 개념을 개발해 일본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돼지 사료로 사용되는 콩과 옥수수는 대부분 외국산이다. 그러다 보니 유전자 변형 작물에 대한 걱정도 은근히 있다. 이를 일본산 쌀로 대체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다. 축산용 쌀은 일반 쌀에 비해 가격이 5분의 1 수준이다. 농가 입장에선 수익성이 떨어지지만, 일본 정부는 일정 수준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결국 농업도 살리면서, 품질 좋고 믿을 수 있는 돼지고기를 소비자가 먹을 수 있도록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것이다. 일본에서 쌀밥을 먹어본 사람은 안다. 기름이 차르르 흐르는 그 맛은 생각하면 침이 꿀꺽 넘어갈 정도다. 히라타 목장이 있는 야마가타현은 ‘쓰야히메’란 쌀 품종이 유명하다. 일반 쌀이 아니라 사료용 쌀이더라도, 그 맛이 어디 가겠는가. 히라타 목장은 직영 농장 11곳과 제휴 농장 41곳에서 모든 돼지에게 ‘축산용 쌀’을 먹인다. 2018년엔 ‘사료용 쌀 활용 축산물 브랜드 일본 1위 콘테스트’에서 최고상인 농림수산대신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마지막으로 사육 환경에도 신경을 썼다. 환기와 채광 시설에 정성을 들였고, 충분한 공간에서 스트레스 없이 자랄 수 있도록 했다. 배설물을 퇴비로 활용, 순환형 농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히라타 목장은 비록 축산업에서 출발했지만, 돼지고기의 품질과 맛을 기반으로 식당 및 유통업까지 진출했다. 그리고 사람들의 머릿속에 ‘히라타 목장의 제품이니 당연히 훌륭하겠지’라는 인상을 남기고 있다.

이처럼 품질은 제품이 아닌 고객의 머릿속에 있다. 브랜드 연구의 대가인 데이비드 아커 교수는 이를 ‘지각 품질(perceived quality)’이라고 명명했다. 그리고 지각 품질을 형성하려면 감동적인 스토리텔링은 필수적이다. 혹시 품질이 탁월함에도 고객이 알아주지 않아 억울하다면 브랜드 전략을 어떻게 수립하고 진행해 나갈지 고민해 볼 일이다.

신현암 팩토리8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