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 말차 재배 농장./케틀티

전 세계 소비자들이 달콤 쌉싸름한 초록빛 말차(抹茶)에 푹 빠졌다. 말차는 일반 녹차와 달리 수확 3~4주 전부터 차광막으로 햇빛을 차단해 잎을 더욱 연하고 부드럽게 기른 뒤 이를 통째로 맷돌에 곱게 갈아 만든다. 이런 독특한 생산 과정 덕에 말차는 노화 방지와 면역력 강화에 이로운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데, 최근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이런 사실이 널리 퍼지며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각종 소셜미디어도 이미 말차의 푸릇푸릇한 초록색이 번지고 있다. 지난 21일 기준 인스타그램에는 ‘#matcha’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만 920만건을 넘어섰다. ‘#책과 함께 말차 한 잔의 여유’ ‘#케이크 위에 솔솔 뿌려 먹는 말차’ 등 즐기는 방법도 가지각색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말차는 소셜미디어와 틱톡에서 확산된 #MatchaTok(틱톡에서 유행하는 말차 해시태그) 인플루언서들 덕분에 이제 단순한 음료를 넘어 격조와 취향을 드러내는 라이프스타일과 웰빙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며 “최근 추세를 보면 말차의 인기는 멈출 기미가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말차 /뉴시스

◇말차가 이끈 ‘그린 골드러시’

말차 열풍의 배경에는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웰빙 트렌드가 있다는 분석이다. 말차는 항산화 성분뿐 아니라 비타민·미네랄·아미노산 등 영양분이 풍부해, 건강식을 점점 더 많이 찾는 소비자들의 욕구와 딱 맞아떨어진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그랜드뷰리서치는 “말차의 아미노산 함량은 일반 홍차나 녹차보다 약 다섯 배 높고, 당뇨병과 위장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며 “영양가 높은 제품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로 인해 글로벌 말차 시장은 2023년 43억달러(약 6조원)에서 2030년 74억달러까지 커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김의균

식음료 업계에선 말차의 폭발적인 인기에 발맞춘 ‘그린 골드러시’가 한창이다. 스타벅스·던킨도너츠 등 글로벌 식음료 브랜드들은 말차 라테나 말차 도넛 등 관련 제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소비자를 공략하고 나섰다. 대기업뿐 아니라 동네 맛집과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도 ‘말차 금맥’을 캐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의 차 수입업자 로렌 퍼비스는 “과거의 한 달 치 말차 물량이 요새는 며칠 만에 동나고 있다”며 “어떤 카페들은 하루에 말차를 1kg씩 요구하기도 한다”고 BBC에 말했다.

◇폭염·고령화로 말차 ‘품절 대란’

문제는 말차의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고 있단 점이다. 말차는 일본과 중국 등 생산지가 소수 국가에 집중돼 있는 데다, 차나무 묘목이 수확할 수 있을 정도로 자랄 때까지 최소 5년이 걸리고, 만드는 과정도 복잡해 단기간에 생산량을 확 늘리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더구나 교토와 아이치 등 프리미엄 말차의 산지로 꼽히는 일본 일부 지역은 이미 생산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고급 말차는 농부들이 직접 찻잎을 따서 말린 후, 시간당 50g 미만의 찻잎을 특수 맷돌에 넣고 갈아 만들 정도로 생산이 까다롭다”며 “(전 세계적으로 품귀 우려가 확산해) 구매자들이 사재기에 나서는 등 수요가 늘어 (산지인) 일본에서도 말차 구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폭염과 고령화도 일본 말차 농가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폭염이 들이닥치며 말차 농지들의 피해가 커졌고, 전통적인 제조 방법을 지켜온 농부들도 노쇠해 생산량을 늘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FT는 “일본 덴차(말차의 찻잎) 생산량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교토 지역이 지난여름 폭염으로 피해를 입어 올해 수확량이 감소했다”며 “올해 교토에서 갓 수확한 덴차의 평균 가격은 지난해보다 두 배 넘게 올라 kg당 5500엔에서 1만4333엔이 됐다”고 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말차는 다양한 연령층에서 고루 사랑받으며 최근 커피의 대체재로 떠올랐다”며 “다양한 건강 효능, 특유의 떫은맛, 전통과 역사 등이 어우러져 그 인기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