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키티’ 캐릭터로 유명한 일본 기업 산리오(Sanrio)가 다양한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면서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지난 8일 산리오가 발표한 2026 회계년도 1분기(2025년 4~6월) 보고서에 따르면, 산리오는 연결 기준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49.1% 증가한 430억엔(약 406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역시 201억엔으로 88% 급증했고, 순이익도 141억엔으로 37.8% 늘었다. 이는 당초 회사와 시장의 예측을 뛰어넘은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다.
WEEKLY BIZ는 산리오의 분기 실적 보고서와 실적 발표회 자료 등을 통해 산리오의 호실적 요인을 분석해봤다.
◇ 해외 시장서 폭발적 성장
글로벌 시장에서의 가파른 성장세가 산리오의 기대 이상의 실적을 견인했다. 북미·유럽·아시아 등에서 산리오 캐릭터 열풍이 이어진 데 따라 해외 법인 매출 증가가 회사 전체 실적 상승을 뒷받침했다. 이에 산리오 전체 영업이익의 약 4분의 3이 해외에서 나왔다.
지역별로 유럽에서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96.2% 급성장했고, 아시아(83.7%), 미주(27.6%) 등에서도 크게 올랐다. 영업이익 역시 유럽(450%), 아시아(109%), 미주(16.8%)에서 모두 증가했다. 한국에서는 지난 분기 매출 8억6200만엔을 올려 전년 동기(9억5400만엔)보다 줄었지만, 2년 전(5억9700만엔)에 비해 크게 성장했다.
실적 규모 면에서 아시아와 북미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아시아 내 매출과 영업이익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의 경우, ‘쿠로미’ ‘시나모롤’ 등 헬로키티 외 캐릭터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라이선스 사업이 지속적으로 좋은 성과를 보였다. 지난 8일 마쓰모토 세이치로 산리오 상무는 실적 발표회에서 “특히 알리바바 그룹 산하의 라이선스 전문 자회사 알리피시와 맺은 마스터 라이선스 협업이 수익에 기여했으며, 신규 라이선스 계약 건수와 라이선스 사용자 수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한국에서도 CJ올리브영, 스파오, 이디야커피 등의 제품에 산리오 캐릭터를 넣은 협업 상품을 내놓고 있다.
북미 지역에서는 ‘헬로키티 아일랜드 어드벤처’ 게임의 성공 등 주로 의류 및 장난감 카테고리에서 매출이 증가했다. 마쓰모토 상무는 “현재 북미 지역의 수익은 헬로키티가 주도하고 있으나, 향후 1~2년 내에 쿠로미와 마이멜로디 모두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북미 매출의 약 60%를 헬로키티 관련 제품이 차지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지만, 그만큼 성장 여력이 크다는 입장이다.
◇ 다양한 캐릭터 포트폴리오
해외 사업 성장의 밑바탕에는 글로벌 라이선스 사업 확장이 있다. 산리오 측은 “디지털 플랫폼 등을 통한 캐릭터 인지도 상승으로 의류, 장난감 등 다양한 분야에서 라이선스 수요가 확대된 점이 해외 실적 호조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과거 헬로키티 단일 캐릭터에 의존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다양한 캐릭터를 고루 부각하는 전략이 성과를 내고 있다. 산리오 측은 “글로벌 전체 매출에서 헬로키티가 약 35%를 차지하고, 다양한 산리오 캐릭터들이 나머지 65%를 담당할 정도로 캐릭터 포트폴리오가 넓어졌다”고 밝혔다.
올해 ‘산리오 캐릭터 대상’에서는 ‘폼폼푸린’, ‘시나모롤’, ‘포차코’, ‘쿠로미’가 1~4위를 차지해 헬로키티를 앞질렀다. 캐릭터 대상은 매년 글로벌 팬들의 투표로 가리는 일종의 ‘인기 순위’로 매출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 산리오는 이 같은 표심을 마케팅에 반영해 실적을 이끌었다. 6~10위는 ‘마이멜로디’, ‘리틀트윈스타’, ‘한교동’, ‘턱시도 샘’, ‘아히루노페클’ 등이 차지했다.
다양한 캐릭터 포트폴리오를 보유하며 매년 전면에 내세우는 마케팅 캐릭터를 달리하는 가운데, 특히 올해는 ‘쿠로미’와 ‘마이멜로디’ 등의 캐릭터 마케팅에 힘을 쏟으며 지적재산권(IP) 확장을 위한 콘텐츠 전략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넷플릭스를 통해 마이멜로디와 쿠로미를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 시리즈 ‘마이멜로디 & 쿠로미’를 선보였다. 이 작품은 공개 후 1주일 만에 넷플릭스 비영어권 글로벌 순위 2위에 올랐다. 관련 라이선싱 계약 체결과 캐릭터 이벤트 확대 등을 통해 글로벌 IP 가치를 한층 높여가겠다는 구상이다.
◇커지는 산리오 팬덤
최대 실적을 경신한 가운데, 산리오 팬덤도 커지고 있다. ‘산리오 캐릭터 대상’에 참여한 인원 역시 올해 6316만명으로 역대 최고 투표수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0.7% 늘어난 수치다. 해외 팬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러한 신기록 경신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산리오의 멤버십 서비스인 ‘산리오 플러스’ 가입자는 6월 말 기준 약 276만명을 넘어섰고, 산리오의 공식 유튜브 채널 ‘헬로키티 앤드 프렌즈’ 구독자 수도 최근 450만 명을 돌파하며 팬덤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 자신감 속 실적 예상치 상향 조정
이 같은 호재와 지난 분기 역대급 실적 속에 산리오는 2026년 회계연도 상반기(2025년 4~9월) 및 연간 실적 전망을 상향 조정하며 미래 성장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상반기 매출 예상치는 기존 752억엔보다 11.2% 높은 836억엔으로 전망했고, 영업이익도 기존 275억엔에서 27.3% 상향한 350억엔을 전망했다. 연간 매출 예상치는 기존 1622억엔보다 4.1% 높은 1688억엔으로 전망했고, 영업이익도 기존 600억엔에서 12.2% 상향한 673억엔을 전망했다. 1분기에 이어 2분기 실적도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에 기반했다.
다만 하반기 예상치에 대해선 글로벌 무역 환경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다소 신중하게 접근하며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산리오 측은 “미국 관세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하반기 예상치를 이전과 같이 유지했다”고 밝혔다. 핵심 사업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하면서도, 예측하기 어려운 외부 변수에 대해서는 보수적으로 접근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