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바이스 청바지. /조선일보DB

“영국에서 성공한 전략은 다른 해외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습니다.”

청바지의 대명사로 꼽히는 미국 의류 브랜드 ‘리바이스’의 루치아 마르쿠초 중유럽 지역 부사장은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에 이같이 말했다. 그는 유럽 시장 공략의 거점으로 영국을 택했다. 영국은 캘빈클라인, 칼하트, 세븐포올맨카인드 등 쟁쟁한 브랜드가 경쟁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그는 또 유럽 각국의 리바이스 매장을 직접 돌며 현장 분위기를 살피는 ‘그랜드 투어’에도 나섰다.

최근 리바이스가 유럽 시장의 훈풍을 타고 글로벌 패션 업계에서 나 홀로 질주 중이다. 리바이스 주가는 올 들어 20% 넘게 오르며, 시가총액 83억 달러(11조4000억원)를 기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리바이스의 유럽 시장 매출이 14% 급증한 것이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패션 선호 바뀌고, 체질 개선까지

리바이스의 주가 반등에는 최근 유럽 소비자들의 패션 선호가 바뀐 것이 주효했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연 매출이 70억 달러에 달했던 리바이스는 레깅스와 요가팬츠 등 애슬레저(운동복과 평상복의 경계를 허문 패션) 의류에 밀려 한동안 부침을 겪었다. 그러나 지금은 애슬레저 의류에 피로감을 느낀 유럽 소비자들이 다시 데님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1990~2000년대 초반 유행했던 스타일이 다시 주목받는 점도 매출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리바이스는 더 이상 ‘청바지 회사’에 머물지 않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데님 스타일’을 슬로건으로 내 건 리바이스는 데님 재킷이나 셔츠 등을 내세워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경영진의 체질 개선 노력도 효과적이었다. 칩 버그 전 최고경영자(CEO)와 뒤를 이어 지난해 1월 취임한 미셸 개스 CEO의 리더십이 빛을 발했다. 이들 경영진은 지난 10년 동안 체질 개선에 공을 들였다. 실적이 부진한 브랜드 도커스(Dockers)를 매각하고, 데니즌(Denizen)도 시장에서 철수시켰다. 부채를 줄이는 동시에 비용을 절감했다. 특히 공급망을 재정비해 리드타임(주문부터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한 것이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한몫을 했다. 리바이스는 지난해 연매출 64억 달러를 달성, 199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DTC 전략’ 통하고, 여성 소비자도 늘어

리바이스는 최근 소비자 직접 판매(DTC·Direct-to-Consumer) 전략을 강화하며 유럽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리바이스는 이전까지 백화점이나 편집숍 등 소매업자를 통한 판매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소비자에게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리바이스 매출의 절반 가까이가 자사 온라인몰과 매장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유럽 매출의 55%는 DTC 판매에서 나오고 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10%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리바이스의 또 다른 성장 동력은 여성 소비자다. 마르쿠초 부사장은 “과거엔 남성복과 청바지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지금은 남성복과 여성복 매출이 각각 55%, 45%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했다. 리바이스는 향후 고급 원단과 시대를 초월한 필수 제품을 앞세워 여성복 라인의 프리미엄 전략을 펼치는 데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혀 프리미엄 데님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