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는 ‘오징어 게임 시즌3’(조회 수 1억2200만회)와 함께 성공적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오징어 게임 시즌3는 공개한 지 몇 주가 채 안 됐지만, 넷플릭스 역사상 여섯 번째로 성공적인 흥행을 거뒀습니다. K콘텐츠는 우리 시청자들 사이에서 지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는 지난 2분기(4~6월) 실적 발표회가 열린 지난 17일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같이 밝혔다. 넷플릭스는 이날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대박’ 성과를 보고했는데, 여기에 한국 작품들이 막대한 기여를 했다고 치켜세운 셈이다. 넷플릭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110억8000만달러(약 15조1400억원)를 기록했다. 순이익은 같은 기간 46% 늘어난 31억달러에 달했다. 넷플릭스가 이처럼 탄탄한 재무 성과를 자랑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WEEKLY BIZ는 넷플릭스가 SEC에 최근 제출한 분기 실적 보고서, 주주 서한과 실적 발표회 발언 등을 통해 글로벌 1위 OTT 넷플릭스의 사업 전략을 살펴봤다.
◇K콘텐츠가 견인한 성과
넷플릭스는 이번 실적 발표와 주주 서한 곳곳에서 K콘텐츠의 활약을 집중 조명했다. 특히 시즌마다 조회 수 1억회를 돌파하며 사실상 넷플릭스의 흥행 보증수표로 떠오른 ‘오징어 게임’ 시리즈와 K팝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K팝 데몬 헌터스’를 수차례 언급했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건 정말 힘들고, (넷플릭스는) 수년 동안 고전해왔다”며 “‘K팝 데몬 헌터스’가 출시와 동시에 엄청난 성공을 거둬서 자랑스럽다”고 했다. 그는 이어 “사람들이 영화뿐 아니라 영화 속 음악을 모두 사랑한다는 사실이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 우리가 만든 가상의 K팝 밴드들의 팬덤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넷플릭스는 주주 서한에서도 “‘K팝 데몬 헌터스’는 우리의 최고 흥행 애니메이션 작품 중 하나”라며 “작품 속 가상 밴드가 BTS와 블랙핑크의 K팝 음원 기록을 깨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K팝 데몬 헌터스의 음원 ‘골든’은 빌보드 글로벌 차트 1위에 올랐고,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의 영화 사운드트랙 1위를 차지했다. 더불어 넷플릭스는 “2분기 동안 한국에서는 오징어 게임뿐 아니라 약한 영웅: Class 2(2000만회), 광장(1800만), 당신의 맛(1500만) 등 각종 인기 시리즈가 공개됐다”고 설명했다.
◇광고 요금제 덕에 수익성 껑충
넷플릭스가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핵심 비결은 ‘광고형 요금제’였다. 광고형 요금제는 상대적으로 사용료가 저렴한 대신 시청 도중 광고를 봐야 하는 방식이다. 가령 광고가 없는 스탠다드 요금제는 미국 기준 월 15.49달러이지만 ‘광고형 스탠다드’ 요금은 월 6.99달러에 불과하다.
이날 스펜스 노이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광고 매출은 양호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올해 광고 매출이 (전년 대비) 두 배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연초 예상치보다 살짝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영업 비용은 거의 변동이 없는데 (광고 매출 덕에) 매출 증가분을 대부분 이익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광고 매출은 폭발적으로 느는데, 이는 순이익 증가에도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더구나 지난 4월 내놓은 자체 광고 플랫폼 ‘넷플릭스 애즈 스위트(Netflix Ads Suite)’ 서비스는 광고 매출 추가 상승의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해당 서비스는 광고주들이 시청자들의 취미, 라이프스타일 등에 따라 세분화된 고객층을 타기팅할 수 있다. 광고주는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가능성이 높은 고객층에게 접근할 수 있고, 시청자들은 본인 관심사에 딱 맞는 광고를 볼 수 있는 ‘윈-윈’ 서비스라고 넷플릭스는 설명한다. 그레고리 피터스 공동 CEO는 “넷플릭스 애즈 스위트의 출시로 광고주들 사이에서 광고하기 더 쉬워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고, 매출 실적을 통해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며 “내가 보는 광고와 테드(서랜도스 공동 CEO)가 보는 광고는 점점 차별화될 것이고, 각자의 관심사와 더 관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제작 혁신 가져온 AI
넷플릭스는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활용하고 있는 AI도 제작 현장에 적극 투입하고 있다. 서랜도스 CEO는 이날 발표회에서 “우리는 생성형 AI가 제작자들이 영화와 시리즈를 더 저렴하게 만들 수 있도록 돕는 놀라운 기회를 제공한다고 확신한다”며 “우리 제작자들은 이미 사전 시각화 등의 작업이나 시각 효과를 넣는 과정에서 AI의 이점을 경험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최근 내놓은 오리지널 시리즈에 처음으로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한 장면을 넣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해당 장면은 아르헨티나에서 제작한 오리지널 시리즈 ‘엘 에테르나우타’에서 외계 침공으로 건물들이 무너지는 순간을 담았다. 서랜도스 CEO는 “해당 장면은 기존의 전통적인 시각 효과 도구와 작업 흐름으로 했다면 걸렸을 시간보다 10배 빠르게 완성됐다”며 “그 장면을 기존 방식으로 제작하는 비용은 당시 예산으로는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안방 TV 시청자까지 공략
넷플릭스는 재무 실적과 작품 흥행, 제작 환경 혁신 등 다방면에서 견조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두 공동 CEO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목표를 내걸었다. 이날 피터스 CEO는 “비디오 게임, 소셜미디어 등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더 나은 옵션을 제공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 중인 만큼,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매우 역동적이고 경쟁적”이라며 “넷플릭스와 유튜브가 현재 확보하지 못한 TV 시청률은 약 80%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엄청난 기회이며 (넷플릭스는)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경쟁해 점유율을 확대해나가는 게 목표”라고 했다. 각종 동영상 플랫폼들이 온라인에서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넷플릭스는 무엇보다 안방에 있는 절대다수의 TV 시청자들을 1순위로 공략하겠다는 뜻이다. 특히 피터스 CEO의 해당 발언 직후 공동 CEO인 서랜도스도 “우리의 돈과 관심의 대부분은 (TV 시청자인) 80%에 집중돼 있다”고 했다. 업계에선 넷플릭스가 TV 시청자 공략에 총력전을 펼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경기 흔들려도 넷플릭스는 본다
넷플릭스는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별다른 우려를 드러내지 않았다. 이날 노이먼 CFO는 “넷플릭스는 고객 유지율이 안정적이며 업계 최고 수준”이라며 “요금제 구성, 이용률 등 각종 지표를 봐도 큰 그림에서 모든 것이 안정적”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넷플릭스는 과거에도 경제 위기를 겪은 적이 있지만 회복력이 매우 강한 기업”이라며 “미국에서 7.99달러로 이용할 수 있는 우리의 콘텐츠를 고려하면 수요는 꾸준히 많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