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류재민 특파원, 그래픽=김의균

대만에는 ‘강소(强小) 기업’이라는 중소기업이 많다. 자신만의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확고한 입지를 갖춘 회사를 강소 기업이라 하는데, 1983년 설립된 어드밴텍도 대만의 대표 강소 기업 중 하나로 손꼽힌다. 어드밴텍은 산업 현장에서 활용하는 ‘공장용(산업용) 컴퓨터’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켜온 강자다. 40%를 웃도는 점유율로, 2위인 독일 벡호프(8.5%), 3위 독일 지멘스(8%)를 압도적으로 앞선다. 지난해 기준 연 매출은 18억7000만달러(약 2조5600억원), 시가총액은 102억달러로, 전 세계 27국 90곳 넘는 도시에서 직원 약 8800명을 두고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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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드밴텍은 ‘세계 1위’ 타이틀에 안주하지 않고, 올해 “글로벌 에지(Edge) AI 분야의 선구적 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단순한 컴퓨터 하드웨어 제조업체를 넘어, 산업 현장에서 수집한 현상을 처리 가능한 데이터로 전환해 실시간 분석·처리할 수 있는 AI 시스템을 설계해 주는 기업으로 ‘전사적 전환’을 하겠다는 게 어드밴텍의 목표다. WEEKLY BIZ는 지난달 27일 대만 신베이시 린커우에 있는 어드밴텍 캠퍼스로 에릭 첸 사장을 찾아가 에지 AI 기업으로 전환하는 배경과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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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선두를 달리지만 변신 나서

-왜 ‘AI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했나.

“‘에지 AI’ 분야에서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현재 AI의 발전은 ‘클라우드 AI’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모든 데이터가 ‘데이터센터’라는 중앙의 대형 서버로 모이고, 막대한 연산력을 가진 데이터센터가 데이터를 처리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런 중앙 집중형 방식은 산업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발생하는 현상에 민첩하게 대처하기에 시간도 많이 걸리고 비용도 커 비효율적이다. 반면 에지 AI는 데이터가 생성되는 현장에서 바로 분석해 빠르고 정확하게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해주는 방식이다. AI 처리 과정이 데이터를 모으는 각 장치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온디바이스(On-device) AI’라고도 한다. 어드밴텍은 공장 자동화, 스마트 시티 사업 등을 하며 산업 현장의 컴퓨터 활용에 수십 년 동안 노하우를 쌓아 와 경쟁력이 있다고 봤다.”

-‘에지 AI’가 클라우드 AI와 가장 다른 점은.

“클라우드 AI는 모든 데이터를 중앙 서버에서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고도의 연산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 분야에서 가장 압도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엔비디아가 시장을 독점한다. 반면 에지 AI는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하는 게 아니라서 그만큼 큰 연산력이 필요하지 않다. 대신 각각 다른 산업 현장의 특성을 빠르고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더 중요하다.”

-에지 AI 사업 분야의 성장 전망은.

“지난해 에지 AI 사업 분야는 어드밴텍 전체 매출의 10% 미만이었지만, 올해는 벌써 20% 수준에 도달했다. 2년 내에 매출의 40%가 에지 AI 분야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며, 그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질 것이다. 전환의 성과도 올 상반기부터 구체적인 숫자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드밴텍은 올해 1~6월 누적 매출 352억대만달러(약 1조6500억원)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23.4% 성장을 이뤄냈다.”

◇AI 전환에 난관도 적잖아

-에지 AI 시장 성장의 걸림돌을 꼽자면.

“우선 현재 AI 생태계 전반이 클라우드 AI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에지 AI가 아직 본격적인 성장을 위한 성숙 단계에 도달하지 않았다. 둘째로는 아직 수익 모델이 명확하지 않아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장애물은, AI에 필요한 기초 데이터 수집부터 어렵다는 점이다. AI 자동화를 위해선 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세부 현상을 컴퓨터가 인식할 수 있는 데이터 형식으로 바꿔야 하는데, 이 작업이 아직 초기 단계다. 이에 우리 업계에선 ‘기술이 문제가 아니라 상상력이 문제다’란 얘기까지 나온다. 어드밴텍은 동작이나 소리를 감지하는 센서부터 데이터 통신, 각종 시스템을 연결하는 게이트웨이 등 하드웨어뿐 아니라, 개별 사업장에 맞게 대처할 수 있는 설루션을 제공하는 50~60개의 세부 제품군 담당 부서를 운영하고 있다.”

-사업 전환 과정에서 어드밴텍은 어떤 전략을 세웠나.

“2016년에 자체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구축한 게 핵심 전략 중 하나다. 엔비디아가 ‘쿠다(CUDA)’란 소프트웨어 플랫폼 생태계에 기초해 AI 시장에서 점유율을 키워 왔듯, 우리도 범용성 있는 자체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갖추는 게 필수라고 판단했다. 여기에 더해 현장을 잘 아는 산업별 시스템 통합(SI) 업체들과 협력해 고객 맞춤형 설루션을 제공하는 데에도 주력하고 있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산업 생태계를 통합해 고객들이 에지 AI 설루션을 쉽게 쓸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AI 도입을 고려하는 기업들에 조언해 준다면.

“중소 제조업체들은 비용과 기술 부담이 있어 AI 전환을 쉽게 시작하기 어렵다. 하지만 무턱대고 모든 공정을 AI로 바꾸겠다는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작은 프로젝트에서 시작해 빠르게 성과를 확인하고, 작은 성공을 점차 확장해 나가는 방향을 택한다면 의외로 쉽게 해결책이 보일 수 있다.”

☞공장용(산업용) 컴퓨터

제조업, 물류, 에너지 등 산업 현장에서 기계 제어와 데이터 수집·처리를 위해 사용되는 컴퓨터다. 고온, 먼지, 진동 등 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설계되는 게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