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주가수익비율(PER), 세금 인상, 지역 분쟁. 이 셋의 공통점은 뭘까.

대부분의 투자자는 이 세 가지 모두 주가에 나쁜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사실이 실제로는 틀리는 경우가 많다. 과학자처럼 데이터를 통해 직접 검증해 보면 그것이 당신의 투자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지금부터 당신만의 ‘실험’을 시작해 보자.

그래픽=김의균

먼저 PER부터 보자. PER이 높으면 주가가 떨어지고, 낮으면 오른다는 통념이 있다. 그런데 실제로 그럴까. 1975년 이후 코스피의 평균 후행 PER(주가를 직전 연도의 순이익으로 나눈 값)은 11.9였다. 지난해 5월까지 이보다 높았던 달은 총 277번 있었는데 그 뒤 1년 동안 주가가 오른 경우는 128번, 떨어진 경우는 149번이었다. 주가가 오를 확률은 46%로, 동전 던지기와 다를 바 없었다. 반대로 PER이 평균보다 낮았던 314개월 뒤에는 73% 확률로 주가가 올랐다. 결국 PER로 본 주가 흐름은 ‘주가는 대체로 오른다’는 사실만 보여줄 뿐이다.

1월 수익률로 한 해의 주가를 예측할 수 있다는 말도 검증해 보자. 1975년 이후 코스피 기준으로 1월에 주가가 올랐던 해는 24번인데 그해 전체 수익률이 오른 해는 20번, 떨어진 해는 4번이었다. 그러면 이 지표가 예측력 있는 지표일까. 아니다. 단지 ‘주가는 대체로 오른다’는 또 다른 증거일 뿐이다. 반대로 1월에 주가가 떨어졌던 해는 그해 전체 수익률이 오른 해와 떨어진 해가 각각 13번으로 똑같았다. 또 동전 던지기다. 이처럼 악재로 보이는 요인들이 사실은 주가와 큰 관련이 없는 경우가 많다. 무역 적자, 지역 분쟁, 자연재해도 마찬가지다.

세금 인상도 늘 주가에 악영향을 주는 건 아니다. 예컨대 영국은 최근 급여세를 인상했지만 주가는 오르고 있다. 한국도 1975~1978년에 큰 폭의 세금 인상이 있었지만 코스피는 오히려 110% 급등했다.

물론 역사가 완벽하게 반복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투자는 확률의 영역이고, 역사는 확률의 틀을 규정한다. 누군가 “X는 주가에 나쁘다”고 해도, 과거 X 이후에 주가가 올랐던 확률이 70%라면 실제로 나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중요한 건 30%의 ‘나쁜 결과’가 왜 생겼는지 따져보는 것이다. 어쩌면 단순한 우연일 수도 있고, 어쩌면 그때 또 다른 요인 Z가 함께 작용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Z가 발생했던 사례를 따로 살펴보고, 그 요인이 정말로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해 보라. 만약 그것이 사실이고 그 이유도 경제적으로 타당하다면, 당신은 다른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모르는 중요한 정보를 얻게 되는 셈이다. 이는 강력한 경쟁 우위다.

주식시장은 대중적 믿음을 포함한 널리 알려진 정보를 가격에 선반영한다. ‘상식’이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투자할 수 있다면, 주식시장의 긍정적 반전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는 충분히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