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데몬 헌터스의 한 장면. 극중 걸그룹 '헌트릭스'가 이들의 대표곡인 '골든'을 부르고 있다. /넷플릭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K팝 데몬 헌터스’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골든’이 지난 14일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핫 100’ 6위에 올랐습니다. 금빛 질주가 이어지자 넷플릭스는 골든을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상 후보로 출품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자본과 시스템으로 제작한 이 작품은 서울 풍경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지만 동시에 외국인에겐 다소 낯설 수 있는 한국 특유의 문화적 정서도 곳곳에 담아냈습니다. OST 가사에도 한국어가 섞여 있습니다. 그럼에도 전 세계는 열광합니다. 노래로 황금 혼문(魂門)이 완성돼 세상을 구한다는 서사는 K팝에 찾아온 전성기를 은유하는 듯합니다.

K팝 호황기는 위기에 처한 한국 경제에도 단비 같은 소식입니다. K팝 수출이 1억달러(약 1400억원) 증가할 경우 관련 소비재 수출은 약 22억달러, 가전과 휴대전화 수출은 19억달러까지 늘어난다고 분석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효자 역할을 하던 K팝이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가사는 영어 일색이고, 장르 정체성도 희미해진다는 겁니다. 노마 히데키 전 도쿄외국어대 교수는 “‘코리아네스크(한국다움을 의미)’를 잃으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K팝이 정체성을 상실할 때 하락기가 시작된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