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아폴로, 텍사스퍼시픽그룹(TPG) 등 미국의 주요 사모펀드들이 올여름 인재 영입을 미뤘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7일 보도했다. 이들은 그동안 관행적으로 매년 6월쯤부터 ‘온사이클(On-cycle)’ 방식의 채용을 진행해왔다.
◇Q1. 온사이클 채용이란
미국 사모펀드 업계가 매년 투자은행(IB)에서 경력을 쌓을 신입 애널리스트들을 조기 선점하기 위해 벌이는 채용 방식이다. 보통 미 대학 졸업 시즌이 마무리되는 6월 시작된다. 대학 졸업 직후 IB 입사 직전이거나 입사한 지 수개월밖에 안 된 인재를 대상으로, 입사 2~3년 후 시작될 사모펀드 운용역 직무에 대한 인터뷰와 오퍼가 단 며칠 사이 이뤄진다. 구직자들은 졸업 즉시 뉴욕으로 이동해 면접 준비에 뛰어들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Q2. 왜 온사이클 채용을 해왔나
우수한 인재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사모펀드들은 수년 뒤 입사를 전제로 일종의 ‘입도선매’ 방식의 채용을 단행했다. 그러나 실무 경험이 전무한 인재와 먼저 고용 계약을 맺는 것이 과연 옳은지에 대한 내부 회의도 적지 않았다. 업계 일각에선 “이렇게 시기를 앞당기다 10세 아이를 채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까지 나왔다.
◇Q3. 이번 채용 중단의 배경은
세계 최대 IB 중 하나인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이 온사이클 채용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제기한 데 이어 채용 대상자에 대한 불이익까지 선포하면서다. 그는 “타사로부터 특정 시점을 지정한 입사 제안을 받은 경우 즉시 회사에 보고해야 하며, 수락할 경우 채용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JP모건 측은 이 같은 조치가 이해상충 방지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IB에서 근무 중인 애널리스트가 자신이 향후 이직할 사모펀드를 고객으로 맞이한다면 윤리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FT는 다만 “윤리 문제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막대한 교육비를 들여 양성한 신입 인력이 곧바로 사모펀드로 이직하는 데 대한 불만이 실제 이유”라고 전했다.
◇Q4. 투자은행업계 동향은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여러 IB들도 신입 직원들에게 사모펀드로부터 받은 취업 제안을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다만 JP모건처럼 오퍼 수락 시 해고를 경고하는 수준까지는 나아가지 않았다. 하지만 금융권 내 인재 영입 경쟁이 치열해지고, 온사이클 채용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여타 IB들도 JP모건의 길을 따라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Q5. 향후 채용시장에 미칠 영향은
사모펀드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우수한 대학 졸업생을 바로 채용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에 IB 애널리스트로 시작해서 사모펀드 운용역으로 전직하는 전통적인 커리어 경로가 바뀔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골드만삭스의 한 고위 임원은 FT에 “최고의 신입 직원을 확보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모펀드로 이직이 줄면 IB 내부에 주니어 애널리스트가 과잉 공급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