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오차(お~いお茶)’는 일본의 대표적인 녹차 음료 브랜드로, 일본 음료 전문 기업 이토엔(伊藤園)이 1989년에 출시한 제품이다. 출시 이후 지난해까지 전 세계 누적 판매량 약 430억병을 기록하며, 전 세계 녹차 음료 시장에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최근에는 메이저리거 오타니 쇼헤이를 글로벌 앰버서더로 영입하면서 ‘오타니 녹차’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이토엔은 창립 60주년이자 오이오차 발매 35주년을 맞은 지난해 도쿄 신바시 지역에 오이오차 뮤지엄(박물관)을 개관했다. 무료 입장과 무료 시음은 기본이며 뮤지엄의 주요 콘텐츠 역시 오이오차의 역사, 찻잎 찌꺼기를 활용한 업사이클 사례 소개 등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범위 내다.
흥미로운 공간은 뮤지엄 내 별도로 마련된 ‘오차 문화 창조 박물관’이다. 이곳은 추가로 500엔을 내야 입장할 수 있다. 이 공간은 차를 통해 일본의 전통문화와 식문화를 계승하고, 사람과 지역사회를 잇는 미래형 박물관을 표방하고 있다. 호기심이 생겨 들어가 봤다.
전시장 첫 구역은 차가 중국에서 일본으로 전래된 역사, 그리고 육로와 해로 전파에 따라 달라진 차의 발음과 전파 경로가 알기 쉽게 정리돼 있다. 벽면에는 일본 차의 시대별 연표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고, 각 시대의 차 문화를 대표하는 도구와 생활상이 실제 유물과 함께 전시돼 있다. 헤이안 시대(794~1185년)의 찻잎 분쇄 도구나 가마쿠라 시대(1185~1333년)의 맷돌 등은 관람객이 직접 만져볼 수 있어 당시의 차 문화를 체험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특히 인상적인 공간은 ‘차 시어터(극장)’였다. 관람객은 기차를 타고 시간 여행을 떠나듯, 각 시대의 차 문화와 음용 방식을 약 10분 동안 애니메이션으로 감상한다. 영어 자막도 함께 제공된다. 시어터를 나서면 시대별로 달라진 차 우리는 방법과 다구가 전시돼 있어 차 문화의 변화와 발전을 직접 비교할 수 있다. 공간은 크지 않지만, 일본 차 문화의 깊이와 역사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구성이다.
이 뮤지엄의 위치를 알고 나면 드는 의문이 있다. 이 박물관은 일본 철도 1호 노선인 ‘구(舊) 신바시정차장 철도 역사 전시실’과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 일본은 1872년 신바시에서 요코하마를 잇는 철도 구간을 개통했다. 그리고 그 기념비적인 장소에 철도 역사 전시실을 만들었다.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데 이토엔은 왜 굳이 철도 박물관 건물에 전시 공간을 만들었을까. 차와 철도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사실 별다른 관계는 없다. 원래 이 자리에는 식당이 있었는데, 장사가 잘되지 않아 문을 닫았고, 그 빈 공간이 이토엔의 눈에 들어왔을 뿐이다. 말 그대로 유휴 공간의 활용이었다. 하지만 단지 ‘비어 있어서’ 이곳에 전시장을 만들었다면 설명이 부족해 보인다. 이토엔은 차와 철도를 연결할 수 있는 스토리를 고민했고, 마침 ‘열차 찻병’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했다. 열차에서 차를 판매한 역사는 1889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찻병은 일회용이었는데, 차를 마신 뒤 빈 병을 창밖으로 버리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이는 사회 문제로까지 번졌고, 결국 열차 찻병에는 ‘빈 찻병을 밖으로 던지지 말라’는 경고문이 부착되기에 이르렀다.
그제야 차 시어터에서 왜 기차를 타고 시간 여행을 떠나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는지 이해가 갔다. 만약 이곳이 철도 박물관 옆이 아니라 자동차 박물관 옆이었다면, 아마 자동차를 타고 떠나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었을 것이다.
한 가지 더. 오이오차 뮤지엄에 그치지 않고 ‘오차 문화 창조 박물관’까지 만든 점도 주목해야 한다. 업계 2·3위는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경쟁한다. 반면 업계 1위는 시장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 움직인다. 역으로 소비자들은 시장의 파이를 키우려는 기업을 업계 1위로 인식한다. 오차 문화 창조 박물관 역시 이토엔이 업계 1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구사한 전략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