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남발은 ‘정치적 쇼’라고 봅니다.”
최근 방한한 발라 라마사미 중국유럽국제비즈니스스쿨(CEIBS) 교수는 트럼프가 세계 각국을 상대로 촉발한 관세 전쟁에 대해 이처럼 비판했다. 인도계 말레이시아 국적의 라마사미 교수는 2006년부터 중국 상하이 소재 CEIBS에 소속돼 20년째 중국을 기반으로 아시아 경제와 국제 경영 전략 분야 전문가로 활동하며 중국통 학자란 평을 받는다. 비록 지난 5일 트럼프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 간 통화를 하며 갈등이 다소 봉합되는 분위기지만 양국 사이 긴장은 여전히 팽팽한 상태다. WEEKLY BIZ는 미·중 무역 갈등 상황에서 중국의 대응이 어떤 의도와 배경에서 비롯됐는지 라마사미 교수의 얘기를 들어봤다.
◇“트럼프 관세는 자국 정치용”
-트럼프의 관세 조치를 어떻게 보나.
“어떤 경제학자에게 묻더라도 그건 말이 안 되는 정책이라고 할 것이다. 무역 전쟁은 어느 나라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역 적자를 보는 나라가 있으면 흑자를 보는 나라도 있는 게 당연하다. 미국이 무역 적자를 기록하는 근본 원인은 간단하다. 미국인들은 자신들이 생산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소비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이고, 국민들은 소비를 즐긴다. 자국 내에서 충분히 생산하지 못하면 외국에서 사들여야 하니 무역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 책임을 다른 나라에 돌리는 건 온당치 않다.”
-그렇다면 트럼프가 관세를 남발하는 이유는.
“대중적 인기를 얻기 위한 정치적 계산이다. 미국에서는 (타깃을 하나 정해) ‘당신의 일자리를 누가 빼앗아 갔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중국이 당신 일자리를 가져갔다’는 식의 간단한 메시지가 먹힌다는 뜻이다. 미국인들은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라고 믿기 때문에 이런 주장에 쉽게 공감한다.”
-관세가 실제로 미국에 미치는 영향은.
“만약 티셔츠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가정해보자. 중국 수출업자, 미국 수입업자 그리고 미국 소비자 중 누가 이 10%를 부담하게 될까. 3분의 1씩 고르게 나눠질까. 그렇지 않다. 결국 (원가 상승의 부담) 대부분은 미국 소비자에게 전가돼 부담하게 될 거다. 결과적으로 10%의 관세는 소비세 10%를 올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美 관세, 중국 혁신만 자극”
-중국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트럼프가 취한 (고율 관세) 조치들이 중국엔 오히려 긍정적인 자극이 될 수도 있다. 어떤 경제학자는 ‘중국을 정말로 무너뜨리고 싶으면 중국 제품에 대해 관세를 없애라’고까지 말한다. 그렇게 되면 중국은 계속 티셔츠 같은 저부가가치 제품만 만들 것이다. 하지만 관세라는 장벽이 생기면 중국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고부가가치 첨단 제품 개발에 몰두하게 되고, 이는 곧 기술 혁신으로 이어진다. 중국뿐 아니라 어떤 사회든 궁지에 몰리면 혁신을 꾀하게 된다. 한국도 마찬가지이지 않은가.”
라마사미 교수는 지난 4월 미국의 외교 전문지 ‘디플로맷’에 기고한 글에서 “(고율 관세가) 중국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으로는 미미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은 단지 ‘세계의 공장’이 아니라 ‘미국을 위한 공장’이기도 하다”며 “단기적으로나 중기적으로나 미국 내외에 실질적인 대체 공급처가 없는 상황에서 미국인들은 결국 중국산 제품을 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그래도 트럼프 집권 기간 생산 기지로서의 중국은 타격을 입지 않을까.
“사실 중국에서 동남아로 생산 기지가 옮겨가는 현상은 트럼프 이전부터 시작됐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 내 인건비 상승이다. 또 지정학적 문제로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인식도 생겼다. 하지만 기업들이 (시장 규모가 큰) 중국을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다. 철수해버린다면 중국 시장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중국에 생산 거점을 일부 유지하며 동남아 등에 또 다른 거점을 마련해 분산하는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다.”
-공급망 전반에서 중국 배제가 일어날 가능성은.
“당장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제외하는 건 불가능하다. 현재로선 세계 어느 나라도 중국처럼 대규모 생산 능력을 갖춘 나라가 없다. 베트남이나 인도처럼 잠재력이 있는 국가도 있지만, 글로벌 시장을 감당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려면 최소 10~20년은 필요할 것으로 본다. 그전까지 중국 없이 세계 공급망을 재편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