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2016년 6월 국민투표를 거쳐 유럽연합(EU)을 떠났습니다. 당시 영국인들 사이에선 EU 회원국들의 잇따른 경제 위기, 과도한 EU 출신 이민자 유입 등이 영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인식이 팽배했습니다. 브렉시트(Brexit)는 그런 족쇄를 끊고 ‘독립’하겠다는 결단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그 환상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과 EU 사이에 생긴 무역 장벽으로 교역량은 쪼그라들었고, 외국인 투자 감소, 비(非)EU 국적 이민자 급증 등 예상치 못한 부작용들이 터져 나왔습니다. 최근 영국 내에서는 “브렉시트는 여론에 휩쓸린 오판이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지난날의 과오를 바로잡으려는 듯 영국은 지난달 브렉시트 이후 처음으로 EU와 정상회담을 갖고 ‘관계 재설정’에 나섰습니다. 마치 둥지를 떠난 새가 혹독한 겨울을 맛보고 가족의 곁으로 돌아오는 모습 같습니다. 영국은 EU 국가들과 수백 년 동안 지리적·문화적으로 맞닿아 살아왔습니다. 더구나 영국은 거의 50년 동안 EU와 국경 없이 노동과 자본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단일 시장’이었던 터라 다시 손발을 맞추기도 수월합니다. 하지만 한국은 상황이 다릅니다. 한국엔 돌아갈 ‘둥지’가 없습니다. 동맹국인 미국이든,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든 한번 틀어지면 관계 복원이 쉽지 않다는 현실을 간과해선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