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마트 셀프 계산대에 설치된 키오스크에 팁을 요구하는 화면이 나타난 모습. /레딧

“팁이란 누군가가 손님이 앉은 자리까지 음식을 가져다주고 물을 따라줄 때 기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지난달 25일 미국 폭스뉴스가 보도한 ‘레스토랑 팁 에티켓’을 다룬 기사에서, 텍사스 출신 에티켓 컨설턴트인 세라 에인스워스가 한 말입니다. 키오스크처럼 직접적으로 누릴 수 있는 서비스 행위가 없는 주문 방식에선 팁을 요구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취지였습니다.

‘기계가 인간을 대신할 때,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하느냐’는 논쟁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키오스크를 도입한 업장이 늘면서 팁을 둘러싼 소비자들의 반감은 더 커지는 상황입니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인 퓨 리서치 센터가 2023년 11월 자국 성인 1만194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식당이나 매장에서 어떤 형태로든 정해진 금액을 팁으로 먼저 요구하는 게 불쾌하다고 답한 이들은 전체 응답자의 40%에 이르렀습니다. 반면 괜찮다는 응답은 24%에 그쳤습니다. 비슷한 시기 온라인 쿠폰 사이트인 ‘쿠폰버즈’가 미국인 119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도, 응답자의 79.3%는 키오스크 등 셀프 서비스를 이용할 때 팁을 요구받는 것이 지나치다고 답했습니다.

이러한 논란의 대상은 키오스크뿐만이 아닙니다. 최근엔 퇴직연금을 로보 어드바이저(RA)가 대신 운용해주는 서비스를 두고 “수수료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불만이 나옵니다. 예를 들면 NH투자증권이 선보인 퇴직연금 RA 서비스는 투자자가 기본 보수(투자금의 0.3%)를 내거나 성과 보수(수익금의 15%)를 내야 합니다.

유사한 경쟁 서비스도 RA 수수료가 더 무겁긴 마찬가지입니다. 퇴직연금 RA 서비스를 내놓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기본 보수 0.25%와 성과 보수(수익금의 8%) 중 하나를 투자자가 선택해서 내도록 하고 있고, 삼성자산운용(쿼터백자산운용과 협업)도 기본 보수 0.7%나 성과 보수(수익금의 10%)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물론 투자자가 RA를 활용하면 다른 도움 없이 계좌를 운용하는 것보다 체계적인 투자가 가능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RA가 일종의 자동화 서비스이기에 ‘금융 전문가가 꼬박꼬박 내 계좌를 챙겨주는 것도 아닌데 이 정도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느냐’란 불만이 나오는 겁니다.

2002년쯤 전국 은행에 주 5일제가 도입됐을 당시, 토요일이 영업 시간 외로 분류되며 은행 자동화 기기(CD/ATM)에 수수료를 추가 부과했던 상황에도 비슷한 저항이 있었습니다. 당시 시민들은 “사람은 쉬고 기계만 일하는데 왜 수수료를 더 내야 하느냐”고 반발했습니다. 결국 전국은행연합회는 토요일 오전 자동화 기기 이용 수수료를 면제하는 대책을 내놓았죠. 사람의 일을 기계가 대체하는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서비스 비용을 어떻게 책정할지에 대한 고민은 더욱 잦아지고 또 깊어질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