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일본 검찰이 닛산자동차의 카를로스 곤 회장을 배임 등 혐의로 체포했을 당시 ‘야마구치의 아베가 칼을 들었다’는 음모론이 나왔습니다.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닛산자동차를 프랑스 르노에서 되찾고자 곤 회장을 겨냥했다는 겁니다.
음모론의 진위는 알 길 없지만 닛산자동차는 일본에 ‘과거 제조업의 영광’과 같은 존재입니다. 닛산의 뿌리는 아베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와 함께 ‘만주 3걸’이라 한 아이카와 요시스케가 1920년 설립한 ‘닛산콘체른’입니다. 산하에 150여 기업을 두고 미쓰이·미쓰비시와 3대 재벌로 성장했습니다. 닛산자동차는 이 닛산콘체른의 국산차 프로젝트에서 비롯됐습니다. 1935년 일본의 첫 양산 차량 ‘닷슨14형’을 만들었고, 2차 대전 이후 미 점령군의 재벌 해체 조치에도 닛산자동차는 살아남아, 일본 국산차 시대를 열었습니다. 1962년 과거 닛산콘체른의 기업들이 ‘슌코카이(春光會)’라는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슌코’는 이토 히로부미의 아들인 이토 분키치 귀족원 의원의 아호입니다.
퍼즐이 맞춰지나요? 아베 신조, 기시 노부스케, 아이카와 요시스케, 이토 히로부미, 이토 분키치는 모두 야마구치현 출신입니다. 메이지 유신의 주역과 그 후예들입니다. 닛산자동차가 몰락한다면 메이지 유신의 흔적도 하나 사라지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