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제네바의 WTO 본부. /EPA연합뉴스

랄프 오사 세계무역기구(WTO)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7일 인터뷰 내내 “자유 무역이 왜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는 ‘한국’”이라고도 여러 차례 얘기했습니다. 한국은 자유 무역이라는 거대한 흐름 위에 성공적으로 올라탄 덕분에 가난에서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오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과 같은 성장 모델 덕분에 전 세계 수억 명의 사람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오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습니다. 단순한 인사 이상의 의미로 느껴졌습니다. 기자 개인에 대한 인사말이라기보다는 ‘한국의 눈부신 경제 성장 덕분에 자유 무역의 효용을 설파하기가 더 수월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유 무역이 미국 경제를 망친 주범이라고 여기는 듯합니다. 이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 자유로운 교역의 흐름을 끊어놓으려는 모양새입니다. 자유무역협정(FTA)까지 체결한 동맹국인 한국에도 25%의 상호 관세 부과 방침을 밝혔다가, 90일 동안 유예해둔 상황입니다. 앞으로 우리 정부는 미국과 무역 협상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그 협상 테이블 위에서 ‘한국의 경제 성장 비결’이 트럼프의 마음을 돌리는 카드로 쓰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홍준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