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해안가에 있는 새똥 섬. 구아노가마우지 새똥으로 섬이 뒤덮여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산업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을 둘러싼 ‘자원 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귀한 자원을 통제하는 국가들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기술 진보가 국가 권력을 약화시킬 것이란 과거의 전망은 점차 힘을 잃고 있다. 오히려 기술의 발전이 역설적으로 국가 권력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 자원 전쟁은 과거에도 있었다. 19세기 아메리카 대륙은 이른바 ‘새똥(구아노) 쟁탈전’에 휩싸였다. 구아노는 바닷새들의 배설물이 수천~수만 년간 퇴적돼 만들어진 천연 비료로, 식물 생장의 필수 성분인 질소와 인이 풍부한 데다 가공 없이 사용할 수 있어 ‘하얀 황금’이라 불렸다.

미국은 이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1856년 ‘구아노섬법(Guano Island Act)’을 마련했다. 이 법은 미국인이 구아노가 있는 섬을 발견하면 그 섬을 미국 땅으로 여긴다는 게 핵심 골자다. 이 법을 토대로 미국은 마치 바다 위에 점을 찍듯 카리브해와 태평양의 섬 100여 곳을 차지하는 ‘점묘식 제국 전략’을 펼친다. 1879년엔 칠레와 페루 등 남미 국가들이 아타카마 사막에서 발견된 구아노 자원을 놓고 5년 동안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새똥 쟁탈전은 1909년 독일에서 질소를 인공적으로 넣은 비료가 개발되면서 급속히 사그라들었다. 과학 기술의 진보가 국가의 권한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 이유다. 미국 금융계의 대부로 불리는 월터 리스턴 시티은행 회장은 1992년 ‘주권의 황혼’이란 책에서 다국적 기업이 글로벌 공급망을 하나로 묶어 정치 대신 산업의 지배력이 세상을 이끌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오늘날의 세계는 19세기 새똥 쟁탈전 시대로 회귀하는 모습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주요 광물에 대한 특정 국가의 중요도가 커지고 있다. 희토류와 같은 전략 자원의 공급을 장악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대표적이다. 국제거버넌스혁신센터(CIGI)는 “(자원을 가진) 국가의 상당수는 교역을 독점하기 위해 자원 민족주의를 받아들이고 있다”며 “첨단산업을 구성하는 요소(핵심 광물)를 둘러싼 경쟁은 보호무역주의와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