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시장이 롤러코스터를 탄 듯 요동치고 있다. 운전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잡고 있다. 트럼프가 일으킨 ‘관세 전쟁’이 미국의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내수시장이 위축되고, 기업 활동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등 미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의 말대로라면 관세는 미국의 제조업을 살리고, 세수를 늘리며 경제 성장의 동력이 돼야 한다. 주식시장 호황도 순리다. 하지만 고율 관세의 여파가 정작 미국 주식시장에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미국 주식시장은 트럼프가 국가별 상호 관세율을 공개한 ‘해방의 날(4월 2일)’ 이후 말 그대로 폭락했다. 지난달 3~4일 이틀간 S&P500 지수는 10.5%, 나스닥 지수는 11.4% 급락했다. 결과적으로 뉴욕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이틀 동안 약 6조6000억달러(9223조원) 증발했다. 앞서 백악관은 “미국이 관세 정책으로 향후 10년 동안 약 6조달러의 추가 세수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공교롭게도 관세로 인해 이틀 만에 비슷한 금액이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간 셈이다. 최근에는 관세 유예 조치 등으로 주가가 일부 반등하고 있지만 여전히 고전하는 모양새다.
대표적인 글로벌 주식시장 벤치마크(비교 평가 대상)인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지수에 따르면, MSCI 미국 지수는 지난 7일 연초 대비 수익률이 마이너스 3.9%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트럼프의 경제 성과에 대한 혹평도 이어진다. 트럼프가 취임한 지 100일째 되던 지난달 29일 미국 CNN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역대 대통령들의 첫 100일과 비교했을 때,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는 시장 성과 측면에서 최악”이라고 전했다.
반면 유럽은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안전한 투자처를 찾는 투자자들이 유럽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은 일찍이 금리 인하 등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돌아선 데다 각국이 재정·군비 지출을 늘리는 등 투자 환경이 좋아졌다. 더구나 오락가락하는 미국의 정책 탓에 상대적으로 예측 가능한 정책 기조도 유럽의 긍정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MSCI 유럽 지수는 지난 7일 연초 대비 수익률이 17.2%를 기록했다. 미국(-3.9%)과 정반대 추세다. 런던 소재 자산운용사 HANetf에 따르면 지난 3월 미국 기업 중심 상장지수펀드(ETF)에서 10억달러가 유출되는 동안 유럽 ETF는 89억5000만달러가 유입되기도 했다.
유럽을 비롯한 다른 주요 주식시장은 당분간 미국 주식시장 부진의 반사이익을 누릴 전망이다. 시사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유럽 주식시장은 경제 성장 둔화와 기술 부문 위축 등으로 미국보다 장기 수익률이 낮았지만, 현재 투자자들은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엄청난 수익을 거두기보다는 (관세발 충격에 대한) 회복 탄력성을 더 중시하고 있다”고 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고위험 고수익’을 위해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큰 미국 주식시장에 투자하기보다는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줄 유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