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기업과 기관들은 인공지능(AI)과 데이터를 활용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점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실제로 도움이 될지에 대한 불안감도 여전합니다. AI는 강력한 데이터 기반 없이는 작동하지 않고, 반대로 데이터는 AI 없이는 완전한 활용이 어렵습니다. 결국 AI와 데이터는 한 플랫폼 안에서 통합적으로 다뤄져야 합니다.”
AI와 클라우드(가상 서버)의 활용이 산업 현장에서 필수 요소로 자리 잡은 요즘, 이 두 기술을 하나로 결합한 회사가 있다. 프랑스 출신 데이터 엔지니어 두 명이 힘을 합쳐 만든 회사 스노우플레이크가 그 주인공이다. 최근 방한한 티에리 크루앙스 스노우플레이크 공동 창립자는 WEEKLY BIZ와 만나 “사용자가 AI와 직접 상호작용하게 되면 더 많은 비즈니스 현장에서 데이터에 접근하고 새로운 통찰력을 얻을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았던 크루앙스와 제품 부문 사장을 맡고 있는 또 다른 공동 창립자 브누아 다주빌레는 이번이 첫 방한이다.
◇구글 독스처럼 접근 쉬운 클라우드
스노우플레이크는 크루앙스와 다주빌레가 2012년에 함께 만든 회사다. 데이터 엔지니어인 두 사람은 기업용 소프트웨어 강자인 오라클 출신이다. 창업 당시 두 사람은 40대 중반으로 가족도 있었다. 하지만 ‘복잡한 클라우드 대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클라우드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의기투합했다. 샌프란시스코의 방 두 개짜리 아파트에서 두 가족의 동거가 시작됐다. 거실 화이트보드에서 시작된 아이디어는 불과 8년 만에 회사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시켰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이 회사에 투자했고, 현재 이 회사의 가치는 600억달러(약 83조8000억원) 수준에 이른다.
-사용자 접근성이 좋은 클라우드란 무엇인가.
(이하 다주빌레) “구글 독스를 생각하면 쉽다. 구글 독스는 접근 권한만 있으면 문서를 공유하고 여러 사람이 동시에 작업할 수 있다. 스노우플레이크는 이런 방식으로 정보를 함께 보고 작업할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한 사람이 클라우드에 올린 정보를 다른 사람도 함께 공유하고 수정할 수 있도록 했다고 보면 된다. 소중한 자산인 데이터를 함께 활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결국 데이터를 하나의 플랫폼에 모았다는 얘기 아닌가.
“우리는 단순히 데이터를 모은 게 아니다. (구글 클라우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아마존웹서비스 등) 주요 클라우드 3사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래서 클라우드 3사는 우리의 고객이면서 동시에 협력사다. 아울러 대부분의 AI 서비스도 이 클라우드에 접목해 사용할 수 있다.”
◇AI 만나 날개 단 클라우드
-AI와 클라우드를 결합한 게 특징인가.
“클라우드 서비스는 AI를 만나면서 날개를 달았다고 할 수 있다. 2~3년 전 생성형 AI가 본격 등장할 때부터 (AI와 클라우드를 접목하는) 작업에 뛰어들었다. 그간 데이터라고 하면 주로 엑셀 파일처럼 기계나 컴퓨터가 만들어낸 정형 데이터를 주로 말했다. 그러나 실제 데이터의 80%는 비정형화된 데이터다. 종이에 손으로 쓴 문서, 영상, 사진, 출력된 PDF 파일 등은 디지털화가 쉽지 않아 사람이 직접 눈으로 보고 의미를 해석해내야 했다. 하지만 AI가 등장하면서 혁명이 시작됐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한다는 건가.
“정보의 분석과 취합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고객센터에 소비자가 불만 전화를 걸었다고 치자. AI는 녹음한 오디오 파일을 텍스트로 변환하고 감정 분석까지 해낸다. 어떤 제품에 대한 불만인지도 기록한다. 그러면 특정 제품에 불만이 집중되는지, 아니면 전반적인 불만이 있는 고객인지 등의 정보를 취합할 수 있다. 만약 글로벌 기업이라면 번역 기능을 통해 다양한 지역의 사례도 함께 분석할 수 있다.”
-또 다른 활용법이 있다면.
(이하 크루앙스) “TV 광고와 실제 매출을 분석해 광고 시간대를 조정할 수도 있고, 매장 입지를 결정할 때에도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교통량이나 경쟁업체 데이터 등을 모아서 분석하는 식이다. 팬데믹 당시엔 코로나 확진자 수, 날씨, 여행 데이터 사이 상관관계를 분석한 기업도 있었다. 우리는 입원자 수, 신규 확진자 수, 항공편, 여행 정보, 날씨 데이터를 갖고 있었다. 당시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코로나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왜 회사 이름이 스노우플레이크(눈 결정체)인가.
“초기 투자자 중 한 명이 ‘데이터 말고 좋아하는 게 뭐냐’고 물었는데 둘 다 ‘스키 타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래서 스노우플레이크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름을 짓고 보니 더 애착이 생겼다. 그도 그럴 것이 스노우플레이크는 구름(클라우드)에서 시작된다. 또 데이터처럼 작은 눈 결정이 모여 눈사태처럼 큰 힘을 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