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김영석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자)는 무조건 재택근무를 선호할까.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고 줌(zoom) 등을 통한 원격 회의에 익숙한 젊은 직장인들이 사무실 출근에 더 적극적이란 의외의 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미국 부동산 서비스 기업 존스랭라살(JLL)이 세계 44국 다양한 직군의 직원 1만2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24세 이하 근로자의 일주일 중 사무실 출근 일수는 평균 3.1일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장 많았다. 25세 이상 근로자 평균은 약 2.6일이었으며, 밀레니얼 세대에 해당하는 35~44세가 2.5일로 가장 적었다. JLL은 “예상과 달리 젊은 근로자들이 사무실 복귀를 주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왜 Z세대는 사무실 복귀에 앞장서게 됐을까. WEEKLY BIZ가 그 이유를 살펴봤다.

◇효율적 대면 소통과 노하우 습득

Z세대 사회 초년생들은 사무실 근무의 장점으로 업무 효율을 든다. 스포츠 마케팅 회사에 근무하는 루시 블리츠(22)는 파이낸셜타임스에 “문제가 생겼을 때 동료나 관리자와 직접 대화하는 게 슬랙(업무용 메신저)으로 소통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고 했다. 실제로 JLL 조사에서 24세 이하 응답자의 43%가 ‘업무 효율을 위해 가장 선호하는 장소’로 사무실을 꼽았다. 모든 연령대 가운데 사무실 선호 비율이 가장 높다. 다른 연령대에서 사무실을 선택한 비율은 29~35%에 불과했다.

그래픽=김의균

반대로 효율적인 업무 장소로 집을 선택한 24세 이하 근로자는 25%로 모든 연령대 중 가장 적었다. 25세 이상에서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비율은 33~36%로 24세 이하와 다소 격차가 있었다. 지난해 갤럽 조사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약 33%가 전적으로 재택근무를 선호한다고 답한 반면, Z세대는 이보다 적은 29%였다.

경험이 부족한 Z세대는 사무실에서 지식과 업무 노하우를 더 빠르게 습득할 수 있어 사무실 근무에 매력을 느낀다는 분석이다. 벤 위거트 갤럽 이사는 HR브루 인터뷰에서 “Z세대는 조직 내에서 효과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배우고, 관계를 구축하고, 조직 문화의 일원이라는 느낌을 받기 위해 사무실 근무를 선호한다”며 “젊은 직원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배우고 성장할 기회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고 했다.

◇팬데믹이 만든 세대의 특수성

Z세대의 사무실 복귀 선호는 이들이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시점과도 관련이 있다. JLL 워크다이내믹스 부문 최고경영자(CEO) 수 애스프리 프라이스는 “젊은 직장인들은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코로나 시기에 사무실 문화를 체험하지 못했다”며 “이제 이들은 사무실을 긍정적인 직장 경험의 핵심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팬데믹 시절 대학을 주로 원격으로 다녔던 Z세대의 인적 교류에 대한 갈망도 사무실 출근 선호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사무실 근무는 이들에게 새로운 관계를 맺고, 직장 내에서 사회성을 익힐 기회로 다가온다는 뜻이다. 미국 노스센트럴칼리지 경영대학원 루에트거-슐레윗 교수는 “학생들은 원격 수업을 오래 겪으며 피로감을 느꼈고, 사회와의 단절을 원격 근무에서도 다시 경험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학습 관리 플랫폼 ‘탤런트LMS’의 조사에서 Z세대 10명 중 7명은 “동료와 직접 교류하는 게 중요하다”고 답했으며, 해당 조사에서 Z세대의 19%는 “직장 내 관계 형성 부족”을 퇴사 이유로 들기도 했다.

◇韓, 재택근무 비율은 낮지만

한국의 경우 일부 IT 기업이나 스타트업 등에서 재택근무가 주로 이어지지만 그 비율은 낮은 편이다. 젊은 직장인들의 선호·비선호 문제를 떠나 이미 직장인 대부분이 사무실로 돌아갔다는 뜻이다. 실제로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40국 대학 졸업자 1만6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 현황을 조사했더니 전 세계 재택근무 시간 평균은 일주일에 1.3일인 반면, 한국인은 0.5일에 그쳤다. 재택근무 비율이 가장 높은 캐나다(주당 1.9일)의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

다만 한국에서도 ‘재택근무에 대한 로망’이 조금씩 바뀌는 분위기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한 IT 업계 직원은 “주변에서 (재택근무가) 부럽다고 하지만 재택만 하는 건 이제 너무 외롭다”고 했고, 또 다른 IT 업계 종사자도 “살만 찌고 삶에 활력이 없어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노동·인력 분야 전문가인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젊은 근로자들을 개별 인터뷰해보면 집단 내에서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매우 크다”며 “일률적으로 재택근무를 하는 근무 형태는 회사 내 소속감이나 생산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노 위원은 “청년들이 재택근무나 사무실 근무 중 하나만을 선호한다고 여기는 건 흔한 오해”라며 “대면과 비대면 근무가 조화를 이루도록 유연 근무제를 활성화하는 게 기업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