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는 지배적 기축통화로 전세계 외환시장 거래의 90% 가량을 차지한다./위키피디아

달러의 역사를 살피다 보면 기축통화국의 ‘삶’이란 여간 고달픈 게 아닙니다. 다른 나라에선 “20센트도 안 되는 돈으로 100달러짜리를 찍어내는 특혜를 누리고 있다”고 비판하지만, 기축통화국을 유지하려면 경상수지 적자라는 태생적 독배(毒杯)를 들어야만 하기 때문이죠. 경상수지 적자는 결국 자국 제조업에 압박을 가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게 사실입니다.

다만 많은 나라가 이런 기축통화국의 불리함을 알고 있어 미국이 원하는 바를 잘 들어주는 경향도 있습니다. 대표적 사례가 1985년 플라자 합의입니다. 미국을 대신해 기축통화국 되기가 부담스러웠던 일본과 독일이 미국의 달러 절하 요구를 들어준 셈이죠. 결국 미국이 세계에 베푸는 만큼 세계도 미국을 대우해 준다는 뜻입니다.

디즈니의 마블 시리즈 중에서 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스파이더맨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가장 큰 메시지는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미국인들은 기축통화국으로서 80년 넘게 지속돼 온 미국이란 나라의 역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자부심을 느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일반 미국인들처럼 책임이 큰 역할을 다시 한번 되새기길 기대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