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은행 관계자가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말 외환보유액은 전월(4096.6억 달러) 대비 49억 9000만 달러 감소한 4046억 7000만 달러로 나타났다. 이는 2020년 4월(4039.8억 달러)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에 해당한다. 2025.5.8/뉴스1

오늘날 달러는 단순한 통화를 넘어선다. 국제 무역과 금융의 기준이 되는 ‘기축통화(基軸通貨·key currency)’로서 세계 경제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기축통화란 국제무역과 금융 거래의 기준이 되는 통화를 말한다. 유로, 엔, 파운드, 위안 등도 국제통화로 쓰이긴 한다. 그러나 세계 금융시장에 미치는 막대한 파급력이나 산유국들의 석유 거래에 널리 쓰인다는 점 등까지 감안하면 달러가 사실상 유일한 지배적 기축통화라는 해석이 나온다.

달러가 처음부터 이런 위치에 있었던 건 아니다. 20세기 초까지 국제통화의 중심은 영국 파운드였다. 당시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라 할 만큼 세계를 주도했다. 파운드 역시 자연스럽게 국제 기준이 됐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과 대공황을 거치며 상황은 급변했다. 막대한 전쟁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영국이 파운드를 무제한 발행하면서 금본위제에 기반한 신뢰가 무너졌고, 기축통화의 위상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1944년 미국 뉴햄프셔주 브레턴우즈에 모인 44국 대표들은 새로운 국제통화 질서를 논의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이 회의에서 미국 달러를 세계 기축통화로 삼자는 합의를 이뤘다. 미국은 두 차례 세계대전을 거치며 금을 막대하게 축적했고, 그 힘을 바탕으로 국제금융 질서의 중심에 섰다. 이후 미국은 마셜 플랜을 통해 유럽 재건에 나섰고, 달러는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달러의 패권은 이후 수차례 위기를 맞았다. 가장 대표적인 전환점은 1971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금 태환 중지를 선언한 ‘닉슨 쇼크’다. 이는 달러 가치를 금에 연동시키던 브레턴우즈 체제를 사실상 종료시킨 조치였다. 이후 세계는 변동환율제로 전환됐고, 달러는 더 이상 금과 교환되지 않게 됐다.

이런 변화 속에서도 달러의 지위는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1974년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거래를 달러로만 결제하기로 합의한 뒤 ‘페트로 달러’ 체제가 굳어졌다. 세계 각국은 에너지를 사고자 달러를 보유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곧 달러 수요로 이어졌다.

1999년에는 유럽연합이 유로화를 출범시키며 달러에 맞섰지만, 유럽 부채 위기와 정치적 분열, 저금리 장기화 등으로 달러의 지위를 흔들기엔 역부족이었다. 로이터는 “달러는 50년 이상 줄곧 비관론자들의 예상을 뒤엎어 온 통화”라며 “앞으로 달러의 이런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