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 리 클루엘리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X에 올린 광고 영상./클루엘리 광고 영상 캡처

“‘클루엘리(Cluely)’가 출시됐습니다. 모든 것을 속입시다.”

자못 당당하기까지 한 그들의 슬로건대로, 클루엘리는 ‘부정행위를 돕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핵심으로 내세우는 스타트업입니다. 클루엘리 최고경영자(CEO)인 한국계 미국인 로이 리(한국명 이정인)는 최근 530만달러(약 76억원)에 달하는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고 지난달 21일 밝혔습니다.

올해로 21세인 리는 미국 컬럼비아대 동문인 닐 샨무감과 더불어 AI 도구인 ‘인터뷰 코더’를 개발했습니다. 인터뷰 코더는 개발자를 뽑기 위한 채용에서 면접자들에게 주어진 코드 문제를 실시간으로 대신 풀어줘 부정행위를 돕는 AI 도구입니다. 실제로 리는 이 기술을 써서 빅테크인 아마존의 면접 전형까지 통과했습니다. 하지만 학교 측으로부터 “AI를 활용해 부정행위를 했다”며 징계를 받고 결국 자퇴를 합니다.

그러나 리는 자퇴한 뒤 클루엘리를 창업하고, 시험·면접 등 다양한 상황에서 부정행위를 도와주는 AI 도구를 개발했습니다. 면접관이나 시험 감독자는 볼 수 없는 브라우저 내 창을 통해 사용자가 질문에 대한 실시간 답변이나 요약 정보를 받아보는 구조입니다. 리는 클루엘리의 연간 반복 매출(ARR) 규모가 300만달러를 돌파했다고 밝혔습니다.

AI에 기댄 부정행위는 사실 최근에야 비로소 불거진 이슈는 아닙니다. 2020년 바둑계에선 김은지 2단(현 9단)이 온라인 기전 도중 AI 프로그램 ‘카타고’를 사용하다 발각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AI가 찾아주는 최적의 수를 놓는, 클루엘리와 유사한 방식의 활용이었습니다. 당시 한국기원은 김은지 2단에게 1년간 자격 정지 조처를 내렸습니다. 2023년 국내 수도권의 한 국제학교에서는 일부 학생들이 대화형 AI 서비스를 이용해 영문 에세이를 작성했다가 모두 0점 처리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예전에 비해 AI를 널리 쓰게 된 만큼, 이를 활용해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사건 또한 폭증할 전망입니다. 따라서 AI에 기댄 부정이 만발하는 사태를 저지할 수 있는 방책이나 지침은 반드시 필요할 것입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이미 문장·화상을 자동으로 만들어내는 생성형 AI 사용법에 관한 초중고교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여름방학 독서 감상문이나 각종 콩쿠르에 응모하는 작품 등을 AI를 활용해 만들어 놓고는 본인 성과물인 양 제출하는 것은 부정행위라 봅니다. 다만 토론 도중 AI를 사용해 생각을 정리하며 간과하고 있던 점을 찾아내는 것은 적절한 사용 사례로 들었습니다. 김호림 동양대 AI융합연구센터장은 “빠르게 발전하는 AI 기술 수준에 비해 이와 연관된 윤리의식은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문화 지체’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도덕에 어긋난 행위를 견제할 대책은 마련하되, 규제가 AI의 자유로운 발전의 발목을 붙드는 본말 전도가 발생하진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