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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마마 어워즈' 개막 무대에서 공중에 인간 얼굴 형상의 컴퓨터 그래픽이 연출되는 장면. 현장 관객에게는 보이진 않지만 TV나 동영상 시청자들에겐 보인다. /M net 유튜브 화면 캡처

“나는 어디에나 존재하고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아. ‘진짜’는 뭘까?”

지난해 11월 22일 일본 교세라 돔 오사카에서 열린 K팝 시상식인 ‘2024 마마(MAMA) 어워즈’ 개막 무대에서, 공중에 인간 얼굴 형상 컴퓨터 그래픽이 나오더니 시청자들에게 던진 질문입니다.

‘어디에나 존재하고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멘트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힌트는 ‘시청자’에게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퍼포먼스는 정작 돔에 모인 관객은 볼 수 없는, 수상기 너머 시청자들에게만 보이는 증강 현실(AR) 영상이었던 것입니다.

AR이란 실존하는 사물이나 환경에 컴퓨터 그래픽으로 가상의 그래픽을 덧입혀 보이도록 하는 기술입니다. 그렇기에 ‘인간 얼굴 형상’도 화면을 통해선 세상 어디서나 볼 수 있지만, 오히려 현장에서는 접할 도리가 없는, 어디에나 존재하되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기묘한 형체였습니다. 무대 시각 효과를 총괄한 디지털 크리에이티브 기업 파프리카의 남성실 디렉터는 “이번 무대는 단순한 기술력 과시에 그치지 않고, 시청자가 AR이란 테크에 몰입하는 동시에 생각할 거리를 얻도록 하는 연출적 장치”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특정한 기기를 거쳐야만 볼 수 있는 그래픽이란 제약은 있지만, AR은 장차 일상에서 요긴하게 활용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습니다. 이를테면 지난 7~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선 ‘로키드 컵케이크 AR 안경’이 혁신상을 받았습니다. 대규모언어모델(LLM)에 기반한 번역 기능이 탑재돼, 이 안경을 쓴 채 외국어가 적힌 책자를 읽으면 자국어로 해석된 내용이 그래픽 형태로 종이 위에 겹쳐 보인다 합니다. 로키드 관계자는 “책자뿐 아니라 영화, 게임 등 텍스트가 존재하는 매체라면 대부분 활용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CES 2025에선 그 밖에도 실생활에 유용한 AR 기술이 여럿 눈에 띄었습니다. 현대모비스와 중국 가전 업체 TCL 등은 AR 기술을 적용한 차량용 헤드업 디스플레이(자동차 운행에 필요한 여러 정보를 전면 유리에 투영해 보여주는 장비)를 선보였고요, 국내 업체인 베스트텍은 AR을 활용해 3D(차원)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인스파이어2’를 처음 공개했습니다. 또 다른 국내 업체인 모델솔루션도 산업 현장에서 원격으로 작업 지시나 지원 등을 하는 AR 디바이스 ‘MS-AR20SE’를 전시했습니다.

다만 AR이 실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려면 반드시 극복해야 할 난관이 있으니, 바로 ‘배터리’입니다. AR 장비는 고도의 기술이 적용된 만큼 대다수가 높은 성능을 요구하며, 이는 곧 빠른 전력 소모와 발열 문제로 직결됩니다. 블룸버그가 지난해 12월 “애플이 AR 기반 스마트 글라스를 출시하려면 3~5년은 걸릴 것이며, (배터리의 수명 등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출시할 필요조차 없다”고 내다본 이유도 그런 맥락 때문이었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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