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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듄:파트2'의 한 장면 /뉴시스

드니 빌뇌브 감독의 영화 ‘듄: 파트2′가 전 세계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개봉 전 판매 금액은 지난해 빅히트작 ‘오펜하이머’를 능가했습니다. 개봉 첫 주 관객 수입은 북미에서 8000만달러, 그 외 지역에서 9000만달러로 1억7000만달러에 달한다고 합니다. 저는 오랜만에 시내 아이맥스관에서 관람했는데, 평일 낮에도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2021년에 나온 전편 ‘듄: 파트1′도 흥행에 대성공을 거뒀고, 아카데미상 열 개 부문 후보로 올라 여섯 개의 트로피를 거머쥔 바 있습니다.

이 영화의 흥행 성공은 화려한 출연진이나 놀라운 비주얼 효과 등도 요인이겠으나, 무엇보다 은하계 차원의 정치·경제 체계에 대한 원작의 방대하면서 치밀한 묘사를 영상으로 충실하게 재현한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무대는 1만191년 모래 행성 아라키스로 먼 미래, 먼 외계입니다. 우주 황제의 모략으로 멸문한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유일한 후계자 폴(티모시 샬라메)과 어머니 레이디 제시카(레베카 퍼거슨)가 아라키스 행성에서 토착민인 프레멘족(族)과 교류하며 복수에 나서는 서사시입니다.

아라키스 행성은 지구의 사막과 닮은 환경으로 물이 극히 부족한 척박한 땅이지만, 신성한 환각제 ‘스파이스’를 대규모로 채취할 수 있는 유일한 행성입니다. 스파이스는 인간의 육체적·정신적 능력을 고양시킬 뿐만 아니라, 행성 간 여행에 필수적입니다. 우주에서 가장 값비싼 물질이고 ‘스파이스를 지배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이 영화 속 스파이스는 두 가지 상품에 대한 비유를 담고 있습니다. 첫째는 후추, 계피 등 ‘향신료’입니다. 향신료에 식재료를 넘어서는 의료적 또는 주술적 의미를 부여한 유럽인들은 15세기 이후 경쟁적으로 아시아 정벌에 나섰습니다. 그 과정에서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은 서로 전쟁을 치렀을 뿐 아니라 아시아 도처에서 착취와 학살을 일삼기도 했습니다. 황제나 아트레이데스 가문은 아시아로 진출한 유럽 각국을, 프레멘족은 아시아 원주민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스파이스에 대한 또다른 비유는 ‘석유’입니다. 행성 간 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스파이스에서 누구나 쉽게 석유를 연상할 수 있습니다. 애초 ‘듄(Dune)’이라는 영화 제목 자체가 모래 언덕이라는 영어 단어로, 원유 생산의 핵심인 중동 지역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 우주에서 가장 귀중한 자원을 보유한 아라키스 행성이 끊임 없는 전쟁과 빈곤에 시달리는 모습에서 ‘자원의 저주’도 떠오릅니다. 자원의 저주란 천연자원이 풍부한 지역에서 오히려 경제 성장이 더디고 민주주의 발전이 지체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 영화의 원작 소설 ‘듄’은 오래전부터 사회과학자들의 관심과 애정의 대상이었습니다. 심지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은 십대 시절 자신의 인생을 형성한 두 편의 소설 중 하나라고 극찬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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