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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양측의 열렬한 구애를 받는 곳이 있다. 바로 ‘유럽’이다. 세계 최고 싱크탱크로 통하는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은 최근 논평에서 “미국으로선 대(對)중국 제재를 위한 유럽의 지원이 절실하고, 중국은 미국의 대중국 제재를 막을 방법을 유럽의 (중국에 대한) 입장 완화로 보고 있어 브뤼셀(유럽연합의 사실상 수도)은 중추적(pivotal) 위치가 됐다”고 해설했다. 이런 판세 속 미국의 기대와는 달리 유럽은 중국에서 상품 수입을 최근 5년 사이 되레 50%가량 늘린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에 대한 과한 무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완화)’ 전략이 희석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공허한 유럽의 디리스킹
국책 연구 기관인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유로스탯(Eurostat) 통계를 분석한 결과, EU 국가들은 지난해 한 해 5600억달러(약 747조원) 상당의 상품을 중국에서 수입했다. 미국이 중국 수입품 818종에 25%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미·중 무역 전쟁이 발발한 2018년 당시 3730억달러(약 498조원)와 비교하면 50.1% 늘어난 수치다. 이와 반대로 미국은 같은 기간 중국 상품 수입액이 5383억달러(약 718조원)에서 4272억달러(약 570조원)로 20.6% 줄었다.
미국과 공조해 중국과 멀어질 줄 알았던 EU의 중국 의존도가 이처럼 오히려 높아진 까닭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우선 유럽 내 각국의 중국 의존도가 다양해 EU 차원의 ‘한목소리’가 나오기 어렵다는 점을 든다. 아가트 드마레 유럽외교협의회 수석 정책 펠로는 미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에 “독일은 상품 및 서비스의 중국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을 차지해 EU에서 가장 높다”며 “중국에 대한 태도는 유럽 각국의 중국 의존도에 따라 분열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더구나 유럽은 중국과 멀리하면 할수록 미국보다 잃을 것이 많다는 분석이다. 특히 유럽이 야심 차게 추진하는 재생에너지 전환, 탄소 중립 정책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상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배터리 기업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이미 40%를 넘어섰다. 크리스 밀러 터프츠대 교수는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기고에서 “(중국에 대한) 봉쇄는 싼값에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미·중 갈등을 기회로”
다만 미·중 무역 갈등이 유럽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이 ‘중국의 굴기(崛起)’를 억누르면서 유럽의 테크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여지가 생겼다는 것이다. EU엔 최신 반도체 생산에 필수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생산하는 ASML이 있고, 글로벌 빅3 차량용 반도체 기업도 포진해 있다. 벨기에 루벤에는 전 세계 반도체 엔지니어의 연구 개발 거점인 IMEC 본부도 있다. 이곳에서 세계 각국 반도체 지식의 집약과 공유가 일어난다는 평이다. 이현익 STEPI 부연구위원은 “유럽은 미·중 갈등을 틈타 지역 내 첨단 기업들을 집중 육성해 ‘유럽판 실리콘 밸리’를 조성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런 전략이 성공하면 미·중 갈등의 최종 승자는 유럽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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