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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에서 27년째 샌드위치 가게를 해온 지미 야브로디씨는 최근 BBC 인터뷰에서 “더 이상 살아남기 힘들다”고 했다. 팬데믹으로 기업들의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며 인근 사무실이 텅텅 비기 시작했고, 그의 가게 매출은 2020년을 기점으로 70%가량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떠나간 직장인들이 좀처럼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자, 오피스 등 상업용 부동산 가치도 덩달아 곤두박질치는 상황. BBC는 “(수요 감소로) 건물 가치가 대출액 이하로 떨어지면서 자금이 넉넉한 기업조차 부동산에서 손을 떼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미국 경제와 금융 중심지인 뉴욕에서조차 빈 사무실, 상가 등이 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미국 상업용 부동산발(發) 경제 위기론이 재점화하고 있다. 특히 미국 뉴욕 지역 은행인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 주가가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 문제로 폭락하며, 글로벌 금융 위기의 전조(前兆)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충격의 도화선인 상업용 부동산에 대해 WEEKLY BIZ가 다섯 질문에 대한 답을 통해 분석했다.
◇Q1. 상업용 부동산이 뭐고, 왜 위기인가?
상업용 부동산(CRE·Commercial Real Estate)이란 임대 수입 등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수익형’ 부동산을 뜻한다. 사무실(Office), 아파트(다세대형 임대 전용 주택·Multifamily), 소매점(Retail), 산업 건물(주로 창고나 병원), 숙박 시설 등으로 크게 구분한다. 상업용 부동산은 주요 상권이나 업무 지구에 모여 있고, 임대료가 높아 상대적으로 투자 상품 성격이 강하다. 소유주들이 월세로 대출금을 상환하거나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있어 대출 비율이 높은 경향이 있다. 이에 금리가 높아지거나 가격이 떨어지면 대출 부담이 늘어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는 부동산 중에서는 투자 위험도가 높은 편에 속한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시작된 재택근무가 엔데믹 이후에도 이어지며 사무실 등의 수요가 급감했다. 또 인플레이션 불길을 잡기 위해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자,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투자자들은 시장에서 발을 빼기 시작했다. 여기에 전자상거래 증가 등 구조적 변화까지 더해지며 미국 빌딩 사무실이 텅 비게 됐고, 상업용 부동산 위기가 촉발됐다.
◇Q2. 얼마나 심각한가?
최근 미국에선 상업용 부동산들의 ‘헐값’ 매물이 속출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004년 약 9000만달러에 거래된 시카고에 있는 한 오피스 건물은 지난달 2000만달러에 팔렸다. 20년 전 가격보다 78% 떨어진 셈이다. 지난해 12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20층짜리 오피스 건물도 10년 전 가격(1억4600만달러)의 반값 수준인 8000만달러에 매물이 나오기도 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상업용 부동산 전체 거래량은 전년 대비 59% 급감했고, 아파트, 산업 건물 등의 임대 수익도 빠르게 떨어지는 양상이다. 공실률도 지난 수십 년간 가장 심각한 수준까지 올랐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말 미국 전역의 사무실 부동산 중 16.9%가 나가지 않았다. 이는 지난 40년 만에 가장 높은 공실률로, 향후 1년 6개월간 공실률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Q3. 경제적 여파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의 침체는 미국 은행권, 특히 중소형 은행부터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저금리 시대에 발생한 상업용 부동산의 대출 만기는 올해부터 2027년까지 집중된 상태다. 올해만 만기 도래 규모가 500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미국 중소형 은행들(자산 규모 1000억달러 미만)은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대출 비율이 35%에 이른다. 대형 은행(12.8%)보다 월등히 높다. 이에 상업용 부동산 부실이 현실화하면 중소형 은행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 1일 뉴욕 지역 은행인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의 주가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 문제로 26% 폭락했다. NYCB는 올 1월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2억6000만달러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혀 주가가 하루 새 38% 떨어졌는데,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추가 손실을 보고하면서 주가가 또다시 크게 빠졌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에서 발생한 투자 손실 때문에 일본 중견 은행인 아오조라은행은 1분기 예상 실적을 내려 잡았고, 독일 도이체방크는 대손충당금 규모를 크게 늘리기도 했다.
◇Q4. 제2의 ‘SVB 사태’ 되나?
1년 전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은 장기 국채를 많이 보유했다가 금리 상승으로 자산 평가 가치가 하락하자 유동성 우려가 부각되며 ‘뱅크런(예금 인출)’이 벌어졌다. 이번에도 상업용 부동산 투자 비율이 높은 은행을 중심으로 ‘제2의 SVB’ 사태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SVB 사태는 예금 상당 부분이 예금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한 거액 예금자(주로 스타트업 기업)가 삽시간에 돈을 빼서 문제가 불거졌고,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금융 당국의 대응 능력도 커진만큼 NYCB 주가 하락이 은행 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 예상이다.
◇Q5. 국내 영향은?
은행 시스템 전반으로 위기가 번질 가능성이 낮더라도, 우리나라 역시 미국 상업용 부동산발 위기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4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국내 금융기관 및 연기금이 주요국의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한 금액이 적지 않은 점을 고려해 관련 리스크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기조가 유지될 경우 상업용 부동산 관련 부채 상환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2년 3분기 미국 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연체율은 0.64%였는데, 2023년 3분기에는 1.07%까지 올랐다. 이처럼 연체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금리가 예상대로 떨어지지 않을 경우 악성 채권이 불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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