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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증시는 올해 3분기에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상반기에 점진적인 오름세를 보이던 주가는 7월에 정점을 찍고 8월부터는 하락세를 보였다. 연방준비제도가 연출한 고금리 세상이 예상보다 오래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렸기 때문이다. 7~9월 사이 S&P500은 3.76%, 나스닥지수는 4.32% 각각 빠졌다.

고금리에 대한 두려움이 시장을 누르는 동안 월가의 ‘큰손’들은 옥석을 가리느라 분주했다. 수익이 난 종목에서 차익을 실현해 대거 현금 비중을 늘렸지만, 앞을 내다본 투자도 다양한 갈래로 이어졌다. 3분기에 월가의 거물들은 어떤 종목을 포트폴리오에 넣고 뺐을까. 1억달러 이상을 굴리는 기관투자자들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분기마다 내는 투자 보고서를 WEEKLY BIZ가 들여다봤다.

그래픽=김의균

◇반도체주 하락에 베팅한 버리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한 영화 ‘빅쇼트’의 주인공 마이클 버리는 반도체주 약세에 베팅했다. 그가 이끄는 사이언애셋매니지먼트는 반도체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즈 반도체 ETF’의 풋옵션 10만주를 사들였다. 풋옵션은 미리 정한 가격에 자산을 팔 수 있는 권리로서 이걸 사모았다는 건 앞으로 약세장이 펼쳐질 것으로 점치고 방어에 들어갔다는 의미다. 아이셰어즈 반도체 ETF에는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 같은 주요 반도체 종목이 들어 있는데, 버리는 이런 종목들이 내리막길로 간다고 본 것이다.

반도체가 고점을 찍었다고 본 큰손은 버리뿐만이 아니다. 억만장자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의 듀케인패밀리오피스도 3분기에 엔비디아 7만5000주를 팔았다. 여전히 드러켄밀러는 엔비디아를 3억8050만달러나 보유 중이지만 소폭이라도 볼륨을 줄였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헤지펀드 업계 거물로 불리는 데이비드 테퍼의 애팔루사도 TSMC 77만5000주, AMD 3만5000주 등 반도체주를 대거 매도했다. 반도체주 약세를 점친 거물들의 베팅이 아직까지는 성공적이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의 주가 추이에 관심이 쏠린다. 4분기 들어 지난 17일까지 엔비디아는 13%, TSMC는 15% 올랐다.

◇고금리 장기화에 현금 쥔다

큰손들은 고금리 시대 장기화를 염두에 두고 현금 보유량을 늘렸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3분기에 주식 비중을 줄여 현금성 자산을 사상 최고치인 1572억달러(약 203조원)로 늘렸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3분기에 팔아치운 주식은 제너럴모터스(GM), 액티비전 블리자드, P&G, 존슨앤존슨 등이다. 제과업체 몬델리즈인터내셔널, 특수 소재 제조사 셀라니즈도 처분했다. 아마존도 55만주를 팔았다. 주식 매도로 생긴 자금은 단기 국채에 투자했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보유 중인 미 국채는 1264억달러(약 163조원)에 이른다. 최근 만기 1년 이하 미 국채 수익률은 연 5%대에 달한다.

다만 버핏 회장은 주력 종목은 팔지 않고 그대로 유지했다. 애플을 비롯해 뱅크오브아메리카,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코카콜라까지 버크셔 해서웨이의 포트폴리오 1~4위 종목은 한 주도 팔지 않았다. 버핏 회장의 애플 사랑은 여전하다. 3분기 말 기준 버크셔 해서웨이의 애플 주식은 1567억달러에 달하는데, 전체 포트폴리오(3133억달러)의 절반에 해당한다.

‘가치투자의 대가’인 하워드 막스도 현금 확보에 나섰다. 막스가 이끄는 오크트리 캐피털이 3분기에 팔아치운 종목은 우버, 에어비앤비, 캐터필러 등 36개에 달한다. 막스는 지난달 말 투자자 메모에서 “지난 1년반 동안의 변화를 통해 투자자들이 채권에서 주식과 비슷한 수준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적었다. 장기 고금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주식에서 채권으로 투자 흐름이 변하고 있다는 얘기다.

버리도 막대한 현금을 확보했다. 그는 지난 2분기에 주가가 내릴 것으로 내다보고 하락장에 ‘올인’에 가까운 투자를 했는데, 결과적으로 적중했다. 그는 S&P500에 연계된 ‘SPDR S&P500 ETF(SPY)’와 나스닥을 따르는 ‘인베스코 QQQ’의 풋옵션을 지난 2분기에 16억2500만달러(약 2조1000억원)어치나 사들였는데, 뉴욕 증시가 하락세를 보이던 3분기에 대거 처분해 막대한 현금을 손에 쥔 것으로 보인다. 버리가 3분기에 매도한 주식은 2분기 말 보유량의 76%에 이른다.

◇메타 사고 테슬라 판 ‘돈나무 언니’

3분기에 월가 큰손들은 상반기에 공격적으로 사모았던 ‘매그니피센트 7′도 상당 부분 처분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매그니피센트 7은 뉴욕 증시를 주도하는 엔비디아·애플·마이크로소프트·메타·아마존·알파벳·테슬라 등 대형 기술주 일곱 종목을 뜻한다. 드러켄밀러는 올 들어서만 주가가 178% 뛴 메타를 5만4665주 전량 처분하며 수익을 실현했다. 국내에서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캐시 우드는 그동안 애착을 보이던 테슬라를 76만주 매도해 눈길을 끌었다. 우드와 드러켄밀러는 나란히 엔비디아도 매도해 차익을 실현했다. ‘헤지펀드의 전설’ 조지 소로스는 아마존과 알파벳을 일부 처분했다. 테퍼도 2분기에 사들였던 애플 48만주를 모두 팔아치웠다.

물론 새로운 투자도 이어졌다. 버핏 회장은 북미 최대 위성라디오 업체인 시리우스XM을 960만주 넘게 사들이며 눈길을 모았다. 버핏 회장이 시리우스XM에 처음 투자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난 15일 이 회사 주가는 6.1% 급등했다. 테퍼는 애플은 대량 매도했지만 메타(44만7500주), 마이크로소프트(MS·39만5000주), 아마존(58만7500주), 알파벳(44만주)은 대량으로 추가 매수했다.

우드는 메타를 비롯해 비디오게임 플랫폼 로블록스와 빅데이터업체 팰런티어를 사들였고, 소로스는 액티비전 블리자드(300만주)와 비만 치료제로 주목받은 노보 노디스크(152만주)에 상당한 투자를 했다. ‘헤지펀드의 대부’ 레이 달리오는 메타를 8만4494주 추가로 샀다.

3분기 이후 지난 17일까지 매그니피센트 7 종목의 주가 추이를 보면 테슬라(-6.3%)를 제외하고 MS(17%), 아마존(14%), 엔비디아(13.3%) 메타(12%), 애플(11%), 알파벳(3.4%) 등 6종목은 모두 선전했다. 현재로선 테슬라를 팔고 메타를 산 우드의 판단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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