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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와인 업계가 수요 감소·공급 과잉으로 고난을 겪고 있지만, 샴페인 시장은 꾸준히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샴페인 매출은 63억유로(약 9조원)를 돌파하며, 전년 대비 15% 늘어났다. 사상 최고치다.

축 처진 와인과 달리 샴페인이 승승장구하는 비결에 대해 프랑스 샴페인 생산 업체 ‘드라피에’의 미셸 드라피에(64) 대표는 “수많은 대중을 타깃으로 하지 않고 세분화된 취향을 정밀하게 조준하는 샴페인 업계의 ‘틈새 전략’이 개성을 중시하는 요즘 소비 트렌드와 부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서울을 방문해 WEEKLY BIZ와 만난 드라피에 대표는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결혼식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일상에서 샴페인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진 것도 수요가 늘어난 이유”라고 했다.

미셸 드라피에 CEO. 그는 7대째 가업을 이어 프랑스 샴페인 생산업체 드라피에를 1979년부터 이끌고 있다./CSR 와인

215년 역사의 드라피에는 연간 200만병을 120국에 수출한다. 드라피에 대표는 7대째 가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이 퇴근 후 즐기던 샴페인이 드라피에로 알려져 있다.

드라피에 대표는 “요즘 세계적으로 인위적인 단맛을 배제한 드라이한 맛의 샴페인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며 “향수를 미세하게 뿌리는 것처럼 당분을 최소화한 ‘제로 열풍’이 샴페인 업계에도 불어닥쳤다”고 했다. 그는 “샴페인 속 설탕이 마치 단점을 가리는 화장 같다고 말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제로 도자주’까지도 인기를 끈다”고 했다. 도자주(Dosage)란 샴페인에 단맛을 입히는 공정이다. 따라서 ‘제로 도자주’란 무설탕이란 의미다.

드라피에 삼페인.

드라피에 대표는 ‘제로 슈거’ 샴페인 외에도 알코올 함량을 낮춘 ‘저도수 샴페인’, 보존제(이산화황)을 뺀 ‘유기농 샴페인’ 같은 혁신 상품이 샴페인 업계의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고 했다. 그는 “샴페인은 전체 스파클링 와인 중에 생산 비율이 10%에 불과하기 때문에 ‘양산품’ 개념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독특한 부티크 상품을 즐기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의 세밀한 취향을 저격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드라피에 대표는 “샴페인을 즐기는 한국인과 일본인이 크게 늘었다”고 했다. “이제는 서울의 평양식 불고기 집에서 자연스럽게 샴페인을 곁들이고 있어요. 도쿄의 스시 집에서도 마찬가지죠. 샴페인의 깨끗하고 신선한 미감이 한국·일본의 발효·숙성 음식과 잘 어울립니다. 특히 한국은 지난 2년간 수출 물량이 2배로 늘어난 역동적 시장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나라의 일반 포도주 수입량은 6만2567톤으로 전년 대비 10% 감소했지만, 발포성 포도주(스파클링 와인) 수입량은 8453톤으로 21% 증가했다. 팬데믹 직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수입량은 53% 증가했다.

그래픽=김의균

드라피에 대표는 “드골 대통령이 샴페인을 즐겼던 것처럼 한국의 정치·경제 리더들도 외교 무대에서 가치 있는 술이자, 평화의 도구인 샴페인을 즐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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