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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토드 오카모토, 에스더 장은 지난해 결혼식을 올렸다. 식장은 하와이 오아후섬에 있는 쿠알로아 목장. 영화 ‘쥬라기 공원’ 촬영지로서 경관이 빼어난 곳이다. 신랑·신부가 초대한 가족과 친구 115명은 결혼식 참석을 위해 하와이로 떠났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하와이까지는 비행시간만 5시간이 넘는다. 이 부부는 뉴욕타임스에 “결혼식 전후 일주일을 즐기고 싶었고, 하객들은 결혼식 참석을 휴가처럼 느끼기를 원했다”고 했다.

엔데믹 시기가 찾아온 이후 미국에서는 결혼식을 고급 휴양지나 여행지에 찾아가 치르는 ‘데스티네이션 웨딩(destination wedding)’이 유행하고 있다. 2018년 개봉한 영화 ‘데스티네이션 웨딩’은 결혼식에 참석하려고 떠난 남녀 주인공이 비행기 옆 좌석에 앉은 인연으로 사랑에 빠진다는 줄거리인데, 영화 내용처럼 여행을 떠나 치르는 결혼식이 현실에서 제법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2018년 개봉한 영화 '데스티네이션 웨딩'의 포스터. 위노나 라이더와 키아누 리브스가 주연을 맡았다.

미국의 웨딩 플래닝 회사 ‘더노트’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결혼식의 18%가 데스티네이션 웨딩이었고, 미국의 경우 결혼식 네 번 가운데 한 번꼴로 데스티네이션 웨딩이 진행됐다. 여행을 겸한 결혼식 장소로 인기 있는 나라는 휴양지 칸쿤을 끼고 있는 멕시코, 카리브해의 자메이카·바하마, 중남미의 코스타리카 등이 꼽힌다. 미국 내에서는 네바다,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등이 선호 지역이다.

데스티네이션 웨딩이 늘어난 건 코로나 바이러스 위협이 거의 사라진 게 배경이 됐다.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결혼식(250만건)은 코로나 유행 전(2009~2019년 연평균 210만건)보다 늘었다. 또한 팬데믹 당시 눌려 있던 여행 수요까지 겹쳐 ‘여행 겸용 결혼식’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만혼(晩婚) 커플이 증가하는 것도 영향을 끼친다는 분석도 있다. 늦게 결혼하는 사람들일수록 특별한 장소를 찾아 결혼식을 올리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갈수록 결혼식이 간소화돼 하객 숫자가 줄어드는 것도 여행이 필요한 결혼식이 늘어나는 이유로 꼽힌다. 대체로 서구사회에서는 하객이 교통비와 숙박비를 부담한다. 게다가 일정상 결혼식 참석을 위해 직장에 휴가를 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면 먼 곳에서 열리는 결혼식에 초청하기 쉽지 않다. 미국 웨딩업체 펜시댓이벤츠의 디자이너 크리스틴 조라비안스는 “예비 부부들이 하객이 많은 결혼식을 치러야 한다는 부담을 덜 느끼는 데다,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의 결혼식을 계획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의균

더노트 등에 따르면 미국에서 전통적인 결혼식을 치르는 데 드는 평균 비용은 3만달러(약 4000만원)이며, 데스티네이션 결혼식 평균 비용은 이보다 5600달러(약 740만원) 더 드는 정도다. 국내 웨딩업계 관계자는 “데스티네이션 웨딩이라고 하면 아주 비싸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친한 사람 몇 명만 초대해서 소규모로 치르면 가격이 생각보다 저렴하다”고 말했다.

데스티네이션 웨딩은 더 확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시장조사 기업 더비즈니스리서치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213억달러였던 세계 데스티네이션 웨딩 시장 규모는 2027년에는 788억달러(약 104조원)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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