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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매달 한 차례 ‘쉬는 금요일’을 지정하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대한민국 직장인들이 술렁이고 있다. 국내 최대 기업 삼성전자가 주 4일제 시행에 시동을 걸었고, 다른 기업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커졌다.
과연 주 4일제가 정착될 수 있을까. 인적 자원(HR) 분야 세계적인 석학으로 꼽히는 피터 카펠리 펜실베이니아대 와튼경영대학원 교수는 WEEKLY BIZ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현실적으로 주 4일제는 일부 업종에만 적용할 수 있는 제도”라며 “(주 4일제) 전면 실시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의 금요일 휴무에 대해서도 “일종의 휴가를 (하루) 지급하는 수준일 뿐, 주 4일제로 가는 단계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카펠리 교수는 코넬대를 졸업하고 옥스퍼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인사 관리, 고용 정책, 조직 문화에 정통한 대가로 인정받는다. 미국 국립과학원(NAS) 위원을 세 차례 지냈고, 세계경제포럼(WEF)의 글로벌 고용위원회 멤버로 활동했다. 그의 저서는 세계 HR 전문가들의 필독서로 꼽힌다.
“주 4일제 가능한 업종, 일부에 불과”
전 세계적으로 근로자들은 주 4일제 전면 실시를 학수고대한다. 팬데믹을 계기로 주 4일제 근무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영국에서는 지난해 61개 기업이 동시에 6개월 동안 주 4일제를 시범 실시했다. 이에 따라 모두 2900명이 하루 평균 8시간 30분씩 나흘만 일하는 방식으로 근무 형태를 바꿨다. 급여는 기존과 동일하게 받았다. 그랬더니 전체 2900명 가운데 71%는 번아웃을 덜 느낀다고 답했고, 회사에 대한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8.5점을 줬다. 긍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주 4일제 도입이 시간문제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
그러나 카펠리 교수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주 4일제가 가능한 직종이 있고 그렇지 않은 직종이 있다”며 “주 4일제는 업무가 미리 정해져 있고, 일을 끝내고 난 뒤 바로 퇴근할 수 있는 업종에서만 제한적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카펠리 교수는 “건축이나 법률 분야처럼 독립적인 프로젝트 성격을 지닌 업종은 스스로 시간을 배분할 수 있기 때문에 주 4일제가 가능하지만 상당수 업종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소매업처럼 현장에서 고객을 상대로 일하는 근로자는 고객이 문을 열고 찾아와야만 일이 생기죠. 나흘만 일해서는 고객을 유치할 수 없고 회사가 돌아가지 않게 됩니다. 회사 직원 수가 많으면 교대로 일하는 방식으로 주 4일제를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기업 입장에선 나흘간 일하는 직원에게 닷새간 일한 것만큼 급여를 챙겨주는 것은 엄청난 비용 지출이죠. 막대한 손해를 보면서 주 4일제를 용인하는 기업은 없을 겁니다.”
“법으로 주 4일제 강제해도 무력화될 것”
회사 입장에서 비용을 늘리지 않고 주 4일제가 돌아가게 하려면 전제가 필요하다. 추가 고용 없이 기존 직원들만으로 닷새 동안 처리하던 일을 나흘 동안 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업무 강도가 높아져야 하고, 성과도 더 내야 한다. 카펠리 교수는 이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지금도 직장인 대부분은 주 5일을 일하면서도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나흘간 일하면서 닷새간 일한 것과 같은 성과를 내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만약 그렇게 성과를 쉽게 끌어올릴 수 있다면 (주 4일제 논의가 나오기 이전부터) 기업들이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성과를 내달라고 독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펠리 교수는 삼성전자가 직원들에게 매달 한 차례 금요일 휴무를 주기로 한 것도 “주 4일제로 가는 단계로 보기는 어렵다”며 “모든 직원이 일괄적으로 쉴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일종의 휴가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금요일 휴무가 적용되는 직원은 일반 사무직원이고, 교대로 근무하는 공장 근무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뿐 아니라 금요일 휴무를 하는 직원들도 다른 날에 초과로 근무해 일정 기준을 충족했을 때만 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률로 주 4일제를 강제할 가능성에 대해 카펠리 교수는 “그런 규제가 만들어져도 기업들이 무력화시킬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다른 근무 시간을 대폭 늘리거나, 퇴근하고 나서도 집에서 일하도록 하거나, 임금 인상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기업들이 우회할 수단이 많다”고 했다.
“재택근무 원하는 이유를 경영진이 오해한다”
카펠리 교수는 2021년 저서 ‘사무실의 미래’를 통해 팬데믹 이후 고정된 사무실이 점차 사라지고, 근로자들은 원하는 곳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요즘 미국에서는 기업들이 재택(원격) 근무를 축소해 직원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이런 마찰에 대해 카펠리 교수는 “근로자들이 재택 근무를 원하는 이유를 기업들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출퇴근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단순한 이유만으로 재택 근무를 선호하는 게 아니라 세세한 통제를 받지 않고, 업무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을 근로자들이 중시하기 때문에 재택 근무를 원한다”고 했다.
기업들이 인공지능(AI)을 채용에 활용하려는 시도에 대해 카펠리 교수는 “AI가 고용주보다 인재 선발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지만 상당수 기업은 고용주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을 직접 뽑기를 원하다 보니 AI 도입이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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