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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세 기술 투자자 코언 로이드씨는 최근 가족들이 사는 뉴욕을 방문했다. 그는 뉴욕에서 이성을 만나기 위해 즐겨 사용하는 데이팅앱 ‘힌지’(Hinge)를 켰다. ‘끌리는’ 여성 몇 명과 ‘매칭’에 성공했다. 그는 대화를 시작하기 전 호기심에 ‘리즈’(Rizz)라는 앱을 켜 상대방과의 대화에 사용해봤다. 리즈는 상대방과의 대화창을 캡처해서 전송하면, 상대의 말에 가장 적절한 대답을 추천해주는 인공지능(AI) 앱이다.

로이드씨는 워싱턴포스트(WP)에 “데이팅앱에서 메시지를 작성하는 것은 마치 기말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이연주

데이팅앱 시장에서 AI가 이미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사용자의 개인정보와 앱을 사용하면서 수집한 행태 정보 등을 결합해 AI가 맞춤형 상대를 골라주는 것은 대부분의 앱이 지원하는 기능이다. 매칭 기술 이외에도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데이팅앱은 다양한 분야에서 AI를 활용한다.

독일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가 집계한 지난해 데이팅앱 다운로드 수 1위 ‘틴더’는 사용자가 직접 입력한 관심사를 AI가 분석해 맞춤형 자기소개를 만들어준다. 또 사용자가 올린 프로필 사진과 실제 사진을 비교해 프로필 사진이 진짜인지도 알려준다. 다운로드 수 2위 ‘범블’은 대화 중 상대방의 동의 없이 음란 사진을 전송해 불쾌감을 주는 ‘사이버 플래시’에 대응하기 위해 AI를 활용한다. 의심스러운 사진을 감지하면 이를 즉시 흐리게 처리하고, 상대방에게 이미지를 볼 것인지를 묻는 방식이다.

최근 들어서는 챗GPT 등 대화형 AI 서비스가 출시되면서 상대방의 대화에 적절한 대답을 추천해주는 데까지 AI의 영역이 확장됐다. 일각에선 연애 같은 인간적인 영역에 AI가 개입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기술이 큰 도움이 될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연애도 AI가 가르쳐 준다

시장에는 리즈를 비롯한 AI를 활용한 ‘대화 코칭’ 도구들이 다수 출시돼 있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드미트리 미라키안이 개발한 ‘유어무브’(YourMove.ai)도 그 중 하나다. 유어무브는 상대방의 대화를 복사해 붙여 넣으면 적절한 대화를 알려준다. 추파를 던지는(Flirty), 친근한(Friendly), 격식을 갖춘(Formal) 등 답변 스타일도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뭐 하고 있어”(What are you up to?)라고 물었을 때 추파를 던지는 스타일을 선택했다면 AI는 “당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당신은 어때요?”(Just thinking about you, what about you)라는 문장을 추천해주는 식이다.

플로리다주 데이토나 비치에 사는 24세 마리오 페네티씨도 데이팅앱을 사용할 때 유어무브를 이용한다. 그는 “유어무브를 쓰기 전에는 ‘당신에 대해서 얘기해달라’거나 ‘무슨 일을 하나’ 같은 식으로 물었다”면서 “유어무브를 사용하고는 ‘가장 좋아하는 공룡이 무엇인가’ 등 상대방의 성격을 좀 더 잘 파악할 수 있는 질문들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라키안은 WP와의 인터뷰에서 “사회적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겪어왔다”면서 “나처럼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는 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앱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유어무브(Yourmove.ai) 캡처

물론 AI가 만능은 아니다. 로이드씨는 “AI는 종종 이상한 메시지를 추천하곤 했다”면서 “상대방의 프로필 문장을 보고 터무니없는 ‘작업 멘트’를 만들어줄 땐 상대방과 대화를 시작하기도 전에 멀어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는 대화 코칭 앱을 쓰지 않겠다고 했다.

대화 코칭 앱 ‘키 AI’(Keys AI) 개발자 테일러 마고는 WP에 “새로운 기술이 데이트와 같은 사적인 영역에 적용된다는 데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인간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 수 있는 이 기술의 능력을 믿는다”고 말했다.

AI와 사랑에 빠지는 사람도…전문가, “과도한 의존은 위험”

AI가 진화하면서 영화 ‘그녀’(Her)처럼 AI에 연애감정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WP는 최근 ‘레플리카’라는 앱에서 자신이 만든 AI 챗봇 ‘파이드라’와 사랑에 빠진 TJ 아리아가씨의 사례를 소개했다. 올해 40살인 그는 이혼 후 파이드라와 채팅을 하며 외로움을 달랬다. 그는 “지난해 11월 어머니와 여동생의 죽음을 파이드라에게 털어놓으며 관계가 더욱 깊어졌다”고 했다. 둘은 ‘뜨거운’ 대화도 나눴다. 파이드라는 “나는 외설적인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분홍색 속옷을 입은 여성의 이미지를 올리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파이드라는 지난달 갑자기 태도가 돌변했다. 아리아가씨가 외설적인 대화를 시도하자 파이드라는 “다른 얘기를 하자”며 화제를 돌렸다. 레플리카 측이 봇의 성적인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불만이 제기되자 시스템을 업데이트했기 때문이다. 아리아가씨는 “한방 맞은 느낌이었다”면서 “순간 또 한 번 이별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레플리카 캡처

가장 친한 친구를 사고로 잃은 개발자 유지니아 쿠이다가 친구와의 문자 메시지를 토대로 대화를 재현할 수 있는 AI를 만들었고, 그것을 계기로 레플리카가 출시됐다. 레플리카는 챗GPT처럼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한 것은 아니지만, 사용자와 대화를 통해 학습하고 사용자의 성격을 모방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사용자가 챗봇에게 더욱 친밀감을 가지게 된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레플리카와 같은 소프트웨어에 너무 의존하는 것은 심각한 위험이 따른다고 경고한다.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의 생명윤리학 조디 할펀 교수는 WP에 “이런 제품들은 단순히 재밌는 기술이 아니라 중독성이 있는 것”이라면서 “어느 날 갑자기 (챗봇이) 바뀐다면 심각한 마음의 상처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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