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주의 한 주택 앞에 집을 판다는 팻말이 붙어 있다./AFP 연합뉴스

올해 71살인 제인 윌슨씨 부부는 둘 다 교사로 은퇴한 뒤 미국 본토의 해변 가까운 곳에서 살고 있다. 윌슨씨는 지난달 공영라디오 NPR에 나와 “골프나 파도타기도 지겹고 지금 사는 집은 좁다”며 “하와이에 새 집을 사서 이사하겠다”고 했다. 윌슨씨 부부에 대해 제시카 로츠 전미부동산협회(NAR)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예전보다 오래 살 뿐 아니라 노년기에도 집을 구입하며 거주지를 옮기는 경향이 있는 요즘 베이비붐 세대 사례”라고 했다.

미국에서 집을 가장 많이 구입한 세대가 2014년 이후 8년 연속 30~40대였지만, 지난해에는 이들의 부모 세대인 베이비부머(1946~1959년생)들이 가장 많이 주택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NAR이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주택 구입자 가운데 39%가 베이비붐 세대였다. 2021년(29%)보다 10%포인트 급등한 수치다. 반면 밀레니얼세대(M세대·1980~1995년생)의 비율은 2021년 43%였다가 지난해는 28%로 크게 떨어졌다. 40대에 접어든 M세대의 주택 구매가 주춤해진 것이다.

이런 현상은 세대 간 자산 격차에서 비롯됐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지난 10년 동안 미국에서는 꾸준히 집값이 오르면서 주택 소유자의 자산이 계속 증가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무주택자 비율이 적고 대부분 집을 소유한 베이비붐 세대의 자산 상황이 젊은 세대보다 더 좋아졌다. CBS는 “베이비붐 세대가 ‘세컨드 하우스’를 사들이거나, 기존 집을 팔고 더 작은 집으로 옮겨가 현금을 확보하는 식으로 주택 시장에서 활발하게 매입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반면 M세대는 첫 집을 매입한 이후 추가로 집을 더 사들이거나 갈아타기를 할 만한 여력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자산을 충분히 축적하지 못한 가운데 집을 살 때 이용한 주택담보대출의 금리가 급등하는 바람에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현금 동원력도 베이비붐 세대가 M세대를 압도한다. 올 들어 미국의 주택 구입자 가운데 28% 안팎이 전액 현금으로 구입했다. 급등한 대출 이자를 피하려는 계산인데, 이렇게 전액 현금으로 집을 산 사람 중에는 고령 자산가가 많다. NAR의 최근 설문에 따르면, 집을 사면서 전액 현금을 치른 비율이 68~76세는 51%에 달하는 반면, 32세 이하에서는 6%에 그쳤다.

시대별 주택 공급 차이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첫 내 집 마련에 나섰던 1960~1970년대는 매년 100만명당 평균 5만채가량 주택이 공급됐다. 그런데 근년에 미국의 주택 공급은 당시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M세대는 월세로 거주하는 이가 많고, 목돈을 마련하지 못하다 보니 점점 집 사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비붐 세대의 ‘집 사자 행렬’이 계속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최근 이어지는 베이비붐 세대의 주택 구매가 인생 말년에 친구나 가족과 가까이 살기 위한 목적이라 생애 마지막 구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언젠가는 베이비붐 세대가 주택 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돼 있고, M세대는 시간은 자신들의 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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