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일 이집트 엘 세이크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행사장 앞을 한 경찰관이 지나고 있다. /EPA연합

얼마 전 이집트 샤름 엘 세이크에서 열린 제 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는 기후변화에 취약한 개발도상국을 위한 기금 조성에 합의하며 막을 내렸다. 넷제로(net zero·온실가스 실질 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것)를 향한 돌파구가 마련되었다는 데 의의가 있지만, 기업들 입장에서는 넷제로와 관련한 사업 계획을 하루 빨리 구체화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동시에 글로벌 경기 침체와 부채 위기 등 다가올 정치·경제적 충격에 대응하려면 회복 탄력성도 길러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이중고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네 가지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①넷제로와 회복 탄력성 사이에 균형 찾기

넷제로에만 집중하면 단기 충격에 취약하고, 회복력에 집중하다 보면 넷제로에 대한 방향성을 잃을 수 있다. 넷제로와 회복 탄력성 둘 다 선택하는 것, 즉 현재와 미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넷제로 목표에 집중하되 현재 상황에서 필요한 부분을 조정하는 것이 정공법이다. 나아가 넷제로를 활용해 새로운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아직 열리지 않은 시장을 선점해 큰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는 유망한 혁신 분야에 기반을 확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맥킨지 분석에 따르면, 넷제로 전환 과정에서 교통·수송, 전력, 수소를 비롯한 11개 영역에서 2030년까지 연간 12조달러 이상의 새로운 기회가 창출될 수 있다. 잠재력 높은 11개 혁신 분야를 면밀히 분석하고 기업이 가진 핵심 역량을 잘 조합한다면 넷제로가 창출하는 장기적 기회의 발판에 올라설 수 있다.

이런 기술에 대한 투자가 초기에는 낭비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투자를 선점할 경우 정책 자금 지원이나 인재 영입 등 퍼스트 무버(first-mover)로서의 이점을 누릴 수 있다. 특히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직접 공기 포집(DAC), 수소 연료 혼합 등 기존의 탄소 집약적 생산 방식을 보완하는 기반 기술을 성공적으로 활용하면 탄소 집약도를 낮추고 청정 시스템을 도입하는 동시에 새로운 사업 기회도 창출할 수 있다. 즉, 위험을 감수하는 데 따른 기대 수익 역시 크다고 할 수 있다.

②파트너십을 통한 생태계 근력 키우기

넷제로 달성을 추진하면서 회복 탄력성을 유지하는 것은 리더 개인이 단독으로 추진하기에는 너무 큰 과업이다. 또한 미래 에너지나 자재 가치 사슬을 구성하는 상당수 산업이 완전한 생태계 개발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한 기업이 단독으로 추진하기도 어렵다. 이때 민관 파트너십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일례로 작년 6월 출범한 ‘아시아 CCUS 네트워크’는 아시아 전역의 국가·산업·학계를 망라해 CCUS 활용을 위한 지식을 공유하고 사업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또 다른 예가 미국 휴스턴 지역 상공협의회인 그레이터 휴스턴 파트너십(Greater Houston Partnership)이다. 에너지 전환 생태계를 조성해 휴스턴을 제2의 실리콘밸리로 만든다는 목표로 신기술 도입, 혁신 기업가와 인재 유치, 에너지 사업에 우호적인 정책 추진 등을 진행 중이다. 이런 사례를 참고하면 자금 조달 및 기술 개발에 수반되는 리스크를 줄이면서 보다 원활하게 사업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지속 가능성 목표에 부합하는 인재 확보와 재교육

지속 가능한 미래를 추구하려면 그에 걸맞은 새로운 인재와 역량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패션 산업이 지속 가능하려면 탄소 발자국에 대한 정확하고 효과적인 추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에 투입되는 인력은 디자인, 제조, 구매, 마케팅, 폐기물 관리 프로세스에 대해 완전히 새롭게 사고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리더십, 팀, 이사회를 비롯한 조직 전반에 걸친 재교육(reskilling)이 필요하며, 내·외부적으로 전문 인력을 확충해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을 꾸준히 개선해야 한다.

아프리카의 잠재성에 주목하라

올해 COP27이 이집트에서 열렸다는 점은 상징적이다. 아프리카는 전력 공급 부족과 산림 남벌로 인한 토양 황폐화 등 에너지 인프라 부족에 고통받고 있다. 이는 난제와 기회가 동시에 존재함을 의미한다. 청정 에너지로의 전환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COP27에서 새롭게 도입된 ‘아프리카 자발적 탄소 시장’ 이니셔티브는 아프리카 내 연간 15억개 이상의 탄소 배출권 생산을 목표로 1200억달러 이상을 투입하고 1억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안을 담았다. 또한 아프리카 최초의 재생 수소 플랜트인 이집트 그린(Egypt Green)도 가동을 시작했다.

넷제로를 향해 혼란과 격동의 시기를 헤쳐 나가는 과정은 때로 일보 후퇴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이 실제 후퇴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전략적 회복 탄력성을 마음에 품고 난제를 해소하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야 한다.

정재훈 맥킨지 한국사무소 파트너

WEEKLY BIZ Newsletter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60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