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더 떨어질까? 코스피를 비롯한 세계 증시가 급락하며 수익도 악화되고 있다. 앞으로 훨씬 더 안 좋아질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많다. 이번 약세장은 심리에 크게 좌우되고, 조정과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최근 증시 급락은 무수한 두려움에서 비롯됐다. 그런데 이번 약세장도 보통 약세장과 비슷한 점이 하나 있다. 내가 ‘불신의 비관론’(Pessimism of Disbelief)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불신의 비관론은 증시 폭락이 사람들의 심리를 꺾어 놓은 후 찾아온다. 투자자들은 온통 부정적 요인에만 집착하고, 좋은 소식은 모두 무시하며, 좋은 일도 곧 나빠질 것이라고 믿게 된다. 하지만 종국에는 재앙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놀라운 호재가 되고, 증시 회복의 연료가 된다.
지금 시장에는 불신의 비관론이 팽배해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지난달 글로벌 펀드 매니저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향후 경기 전망에 대한 낙관은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9월 중순 조사에서 한국의 소비자 심리는 매우 비관적으로 나타났고, 지난달 코스피지수는 13% 하락했다. 미국과 유럽의 소비자 심리는 더 우울하다. 언론에서는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촉발한 유럽의 에너지 이슈에 따른 불황 등을 연일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와 상반되는 신호인 ‘그래, 하지만’도 적지 않다. “그래, 글로벌 공급망 교착 상태는 완화되고 있어. 하지만 이는 글로벌 수요 감소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한국의 수출 업체들에 타격을 줄 거야.” “그래, 2021년의 달러 약세 공포는 사라졌지. 하지만 지금은 달러 강세가 한국과 아시아를 위협하고 있잖아.” “그래, 글로벌 경기 침체 공포는 이미 널리 퍼져 있어. 하지만 시장에는 아직 다 반영되지 않았어.”
이런 상황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2020년 봄을 생각해 보자. 4월과 5월 한국 산업생산이 5.3%, 7.3% 급락했다는 등의 암울한 뉴스가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했고, 일부 긍정적 신호에도 사람들은 ‘그래, 하지만’으로 반응했다. 이것이 그 후로 다가올 놀라운 반등의 전조였다. 코스피는 2020년 3월 저점부터 그해 연말까지 97.1% 상승했다.
지금 쌓이고 있는 불신의 비관론도 반등 도화선이 된다. 하지만 반등이 시작된 뒤에도 의심하는 분위기는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다. 다시 2020년을 돌이켜 보자. 당시 많은 사람들은 주식시장이 부정적 요소들을 무시한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상승 랠리가 시작된 후 발표된 2분기 성장률은 -3%(전기 대비)였고, 여행·항공 등 여러 산업은 위기에 처해 있었다. 하지만 경기 개선 신호가 뚜렷해지기 전에 주가는 먼저 치솟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완벽함이 주가 상승의 전제 조건은 아니다.
나는 종종 주식시장을 ‘위대한 능멸자’라고 부른다. 불신의 비관론은 위대한 능멸자가 가진 훌륭한 도구 중 하나다. 불신의 비관론은 사람들에게 매도를 부추기거나 주가 상승의 명확한 신호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게 만든다. 속지 마라. 지금이 바로 주식을 보유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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