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플레이션으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보다는 사정이 낫지만, 한국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넘어 IMF 외환 위기 이후 20여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왜 문제가 될까. 가장 큰 이유는 일반 국민의 실질 소득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전체 물가가 5% 오를 때 소득도 5% 오르고 식료품 값이나 교통비도 똑같이 5%씩 오른다면 별문제가 없다. 이때는 가격표를 변경하는 메뉴 비용 정도만 발생한다. 그런데 인플레이션 시기에 물가는 절대 이런 식으로 오르지 않는다. 특히 근로자 월급은 물가 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한다. 그래서 인플레이션은 급여 생활자의 실질 소득을 감소시키는데, 급여 생활자는 대부분 중산층이다. 인플레이션이 중산층을 몰락시키는 경제 현상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인플레이션이 실질 소득을 감소시키는 경로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세금이다. 한국에서 4500만원 급여자는 소득세율 15%가 적용된다. 그런데 인플레이션이 5% 발생해 급여가 5% 올랐다고 해보자. 이때 연봉은 4775만원이 되는데 물가가 5% 올랐으므로 실질 소득은 동일하다. 하지만 명목상 인상된 급여 225만원에 대해서는 이전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누진적으로 짜인 우리 소득세법상 4600만원까지는 세율이 15%이고, 그 이상 소득에는 24% 세금이 붙는다. 운이 좋아 물가 인상분만큼 급여가 오르더라도 세금 때문에 실질 소득이 감소하는 셈이다.
상품 가격의 10%를 내는 부가가치세도 마찬가지다. 100만원 하던 상품이 5% 물가가 올라 105만원이 되면 소비자들은 부가세 5000원을 더 내야 한다. 물가가 오르지 않았다면 부담하지 않았을 세금을 더 내야 하니 주머니가 얇아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 세금도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부담이 증가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가령 재산세는 과세표준 3억원 이하는 0.25%, 3억원 초과는 0.4% 세율이 적용된다. 만약 인플레이션으로 3억원 이하이던 집이 3억원을 넘어서면 자산의 실질 가치는 변함이 없는데도 세금 부담만 한층 무거워진다.
세금만 더 내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의료보험료는 급여의 7%를 내는 것이 원칙이다. 5% 인플레이션하에서 월급이 5% 증가하면 실질적으로 소득은 제자리인데, 명목상 급여 증가분에 대해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 급여의 9%를 내는 국민연금도 마찬가지다. 소득이 실제로 증가하면서 이런 부담이 증가하면 모르겠으나, 실질 소득이 그대로인데 세금과 각종 사회보험료 부담만 늘어나니 삶은 갈수록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 실제 삶은 물가를 반영한 구매력에 좌우되는 반면, 세금이나 사회보험료는 명목소득에 따라 부과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
이처럼 인플레이션은 세금 부담을 증가시켜 정부에 이익을 주고 일반 국민을 어렵게 한다.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정책, 돈을 푸는 정책을 반대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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