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집단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돼 살아 있는 시체처럼 돌아다니는 좀비는 대중문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입니다. ‘나는 전설이다’ ‘월드워Z’ ‘부산행’ 같은 영화나 ‘워킹데드’ ‘킹덤’ 같은 드라마 모두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한 뒤 살아남은 인간들의 처절한 생존기입니다.
과거 전형적 B급 영화 소재였던 좀비물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끈 데는 타자(他者)에 대한 현대인들의 공포와 불안감이 깔렸다는 해석이 있습니다. 반대로 실제로는 일어날 수 없는 이야기에서 대중이 새삼 현실의 안온함을 느끼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그런데 픽션으로만 여겼던 좀비가 요즘 사회면이나 경제면 뉴스에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마약에 중독된 노숙자들로 뒤덮인 미국의 좀비 도시입니다. 필라델피아 켄싱턴가를 촬영한 충격적 영상을 보면, 넋이 나간 채 허우적대며 걸어 다니거나 돌처럼 서 있는 사람들로 거리가 가득 차 있습니다. 미국의 좀비 도시만큼은 아니지만, 한국도 이런 마약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이번 주 커버스토리는 이런 일이 벌어진 배경과 경위를 다뤘습니다.
기업 중에도 좀비가 늘고 있습니다. 영업이익으로 빚도 채 못 갚는 한계 기업을 좀비 기업이라고 하는데, 경기가 나빠지고 금리가 오르면서 이런 기업이 급증하는 것이죠. 얼마 전 전경련이 매출 상위 1000대 제조 기업 재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59%는 현 기준금리 하에서 자기 회사가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잘못된 정책으로 좀비가 된 정치인도 있습니다. B8면에서 다룬 영국의 감세안 파동을 일으킨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입니다. 국가 부채를 잔뜩 떠안은 채 섣불리 돈 푸는 정책을 냈다가 시장의 거센 역풍을 맞고 취임 한 달여 만에 쫓겨날 처지가 됐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그를 가리켜 “기록적으로 짧은 시간에 좀비가 된 총리”라고 표현했습니다.
살아도 산 게 아닌 좀비가 여기저기서 등장하는 건 세상이 점점 혼란스러워진다는 징조겠죠. 좀비의 시대에 다들 무사히 살아남으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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