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을 거치면서 전 세계 기업들의 주요 화두는 공급망 다변화였다. 미·중 무역 전쟁, 팬데믹, 글로벌 공급망 대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교역과 물류를 강타하는 악재가 거듭되면서 제조 설비와 아웃소싱 네트워크를 분산하려는 노력이 거셌다. 리쇼어링(생산 기지 본국 회귀)과 프렌드 쇼어링(생산 기지 우방국 이전)이 대표적이다.
자연스레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던 중국의 위상이 타격을 받을 것처럼 여겨졌으나 현실은 다르다. 중국이 세계 수출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오히려 더 증가했고, 무역 흑자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중국이라는 공장은 결코 무너지지 않는 철옹성일까.
◇더욱 강화된 ‘세계의 공장’ 중국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상품 수출액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15.1%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13.2%)보다 높아졌다. 같은 기간 경쟁국이자 유럽의 대표 제조업 강국 독일의 수출 비율은 7.8%에서 7.3%로 0.5%포인트 떨어졌고, 미국(8.6%→7.9%)과 일본(3.7%→3.4%) 역시 낮아졌다.
올해 들어선 성장세가 더 가파르다. 중국 세관 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수출액은 3330억달러(약 445조3900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18% 증가했다. 로이터가 조사한 전문가 예측(15%)을 웃돈 수준으로 무역 흑자액만 1010억달러(약 135조880억원)에 달한다. 중국의 월별 무역 흑자액이 1000억달러를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 7월만 해도 566억달러 수준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공장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서방의 모든 이야기와 달리 중국은 지난 2년간 세계 최대 공산품 공급 기지의 지위를 공고히 했다”고 평가했다.
중국 수출 호황 배경에는 우선 코로나 팬데믹과 리오프닝 특수(特需)가 있다. 코로나 발원지로 의심받는 중국은 안면 마스크와 검진 키트 같은 저가 의료 장비, 원격 근무를 위한 컴퓨터 주변 기기 등 코로나로 수요가 급증한 상품을 전 세계로 수출했다. UNCTAD가 집계한 글로벌 전자제품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9년 38%에서 2021년 42%로 늘어났고, 섬유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율 역시 32%에서 34%로 늘어났다. 생산 활동이 마비된 국가들이 미국의 견제에도 여전히 중국 제품을 찾은 것이다.
수출 품목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바뀐 것 역시 수출 실적을 견인했다. 중국 세관 통계에 따르면, 수출 상품 물량을 나타내는 거래량 지수는 지난 6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에 그쳤으나, 같은 기간 상품 및 서비스 수출액은 22% 늘어났다. 개당 가격이 더 비싼 고부가가치 상품을 팔았다는 뜻이다. 대표적 고부가가치 상품인 자동차는 지난 한 해 수출액 기준 42.8% 성장하면서 중국 10대 수출 품목 중 가장 빠른 성장률을 보였다. 지난 7월에는 약 29만대를 수출하며 월간 신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 밖에 디스플레이, 배터리, 스마트폰, 반도체, 게임 등 기술력을 요구하는 하이테크 품목들이 중국의 대표적 수출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를 압박하는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 상승)도 중국 수출에는 호재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미국의 거듭된 기준금리 인상으로 달러 강세 현상이 나타나면서 중국 수출 가격을 끌어올린 것이다. 매쿼리 캐피털의 래리 후 중국 담당 선임연구원은 CNN에 “위안화 약세와 수출 가격 상승이 (수출)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됐다”며 “올해 들어 지금까지 위안화 가치가 달러 대비 6% 하락했고, 7월 수출 증가의 약 절반은 가격 효과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위협하는 중국 수출 경쟁력
중국의 수출 경쟁력 강화는 경쟁국인 우리나라 입장에선 큰 위협이다. 한국은 이미 주요 시장에서 중국에 역전을 허용하고 있다. 지난 2004년 일본을 제치고 줄곧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해온 디스플레이 시장에선 지난해 중국에 왕좌를 넘겼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중국산 점유율은 41.5%로 한국(33.2%)을 앞질렀다. 전기차 시장도 마찬가지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중국은 순수 전기차(BEV)의 수출 시장 점유율을 2020년 4.2%에서 2021년 13.7%로 단숨에 끌어올리며 한국을 밀어냈다. 한국의 시장 점유율은 0.8%포인트 하락한 9.5%에 그쳤다.
다만 일각에선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효과가 글로벌 수요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중국의 수출 호황도 조만간 막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줄리언 에번스 프리처드 중국 담당 선임연구원은 “예외적 강세 기간이 지난 후 선진국의 소매 판매가 팬데믹 이전 추세로 돌아왔다”며 “글로벌 수요 냉각이 곧 중국의 팬데믹 수출 붐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지신투자연구소의 창 란 선임연구원은 “7월 수출 증가율은 주로 가격 요인에 힘입어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며 “7월 수출 상품량은 오히려 감소했다”고 전했다.
수출 호황이 중국 경제에 독(毒)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이 지난 수십 년간 수출 의존도를 낮추고 내수 비중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수출 호황이 내수 부진과 맞물리며 불균형이 다시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마이클 페티스 베이징대 금융학과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중국의 팬데믹 대응이 제조업체에 대한 보조금과 저렴한 대출에 초점을 맞추면서 소비자(내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중국 경제는 해외 수요 변동성에 더 취약해졌다”고 말했다.
당장 눈에 보이진 않지만, 중국의 수출 경쟁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UNCTAD는 중국의 인건비 상승과 사회·환경 문제 해결 조치 부재, 무인화(로봇) 산업 발전 및 탈세계화로 인한 선진국들의 리쇼어링 등을 거론하며 “중국은 가까운 장래에는 세계 최고 수출국 지위를 유지하겠지만, 수출 지배력은 이미 정점에 다다랐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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