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이후 미국 증시를 떠받쳐온 개미 투자자의 매수세가 눈에 띄게 약화되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1%에 달했으나, 올해 3월에는 12.6%로 줄었다.

무료 주식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 등을 기반으로 증시에 유입된 개인 투자자들은 그동안 미 증시가 조정을 받을 때마다 저가에 주식을 매수하는 ‘바이 더 딥(buy the dip)’ 전략을 펼쳐왔다. 지난 2년간은 미 증시가 고꾸라질 때마다 빠른 속도로 ‘V자 반등’에 성공하면서 이들의 전략이 통하는 듯했다. 그러나 올 들어 S&P500이 14%, 나스닥이 23% 하락하는 등 제대로 된 반등 없이 증시가 지속적으로 내리막길을 걷자 이 전략을 포기하는 개미들이 늘어난 것이다.

자산 운용사 알파트레이의 맥스 고크만 최고투자책임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개인 투자자 매수가 줄어들면서 시장 하락세가 더 심해지고 있다”며 “예전엔 주가가 하락하면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저가 매수에 나섰으나, 올해는 여러 차례 이 전략이 실패하면서 주식 매수에 조심스러워지고 있다”고 했다. 반다리서치 자료를 보면 미 증시가 약세를 나타내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가치는 작년 연말 이후 평균 28% 하락했다.

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사거나 팔 권리를 주는 옵션 시장에서도 개인 투자자들의 열기가 식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미국 옵션 거래에서 개인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6%로, 팬데믹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작년 8월에는 이 비율이 29.4%에 달했다. 온라인 증권사 TD아메리트레이드의 숀 크루즈 수석 전략가는 블룸버그에 “업계 전반에 걸쳐 개인 투자자 옵션 거래량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남아있는 투자자들도 단일 종목보다는 지수나 ETF(상장지수펀드) 옵션과 같은 광범위한 매크로 기반 옵션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했다.

서양 개미들의 투자 의욕 감소는 개인 투자자들이 애용하는 증권사 주가 하락으로 이어진다. 올 들어 로빈후드 주가는 49% 하락했고, 찰스슈와브(-19%)와 인터랙티브 브로커스(-24%) 주가 역시 큰 폭으로 떨어졌다. 플랫폼 이용자가 줄면 중개업체 역시 광고나 수수료 수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는 살아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자본 차입 비용이 증가하면서 더 이상 ‘빚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JP모건의 펑청 전략가는 FT에 “더 이상 저가 매수할 수 있는 총알이 부족하다”며 “게다가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술주가 상당한 타격을 입으면서 주식을 매수할 동인(動因)이 사라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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