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중단이 큰 이슈가 됐다. 둔촌주공뿐 아니라 재건축 조합은 참 많은 문제들이 발생한다. 특히 공공의 관리감독 없이 진행되는 지역주택조합은 성공률이 10%대에 머무를 정도로 문제가 매우 잦다. 왜 재건축 조합에선 온갖 문제들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것일까.
경제학에서는 이를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로 설명한다. 1976년 마이클 젠슨과 윌리엄 메클링의 논문에서 처음 소개된 대리인 문제는 개인 혹은 집단이 의사 결정을 다른 사람에게 넘겼을 때 정보 비대칭으로 인해 발생하는 도덕적 해이를 의미한다.
기업을 예를 들어보자. 기업의 소유주는 주주다. 하지만 모든 주주들이 직접 경영에 참여할 수는 없기에 이사회와 경영진에 위임한다. 원칙대로라면 경영진은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 경영을 하고, 주주들도 경영진을 감시하면서 경영진의 탈선을 견제해야 한다.
문제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조금 다르단 것이다. 주주들은 주가와 배당이 느는 걸 원한다. 하지만 경영진들은 더 많은 연봉과 더 높은 명성을 원한다. 이 때문에 경영진은 주주들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회사를 끌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를 막기 위해선 경영진에 대한 주주들의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론 불가능한 일이다.
주주들이 상시적으로 회사 경영진을 감시하는 건 물리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어렵지만 가장 핵심은 정보 비대칭이다. 주주들은 일반적으로 전문적인 지식이나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반면 경영진은 회사의 주요 정보들을 모두 가지고 있고 이를 이해할 능력도 존재한다. 바로 이 차이로 인해 주주들은 경영진을 제대로 감시하고 견제하기가 어렵다. 주주들의 의향과는 관계없이 경영진이 자신에게 특별 보너스를 책정한다든가, 특수 관계 기업과 계약을 맺고 수익을 빼돌린다든가 하는 등의 행위가 종종 벌어지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재건축 조합 또한 마찬가지다. 조합장과 임원은 조합원들에게 권한을 위임받아 시공사 등과 계약을 이끌어가며 재건축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금액이 오가다 보니 조합장과 임원들이 자신들의 사익을 추구하는 경우 막대한 부당이득을 취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재건축 조합의 특성상 조합원들은 대부분 연령대가 높고 정보를 이해할 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를 이용한 조합 임원들 간의 파벌 싸움도 정확한 실체를 파악하기 힘들다. 재건축의 규모가 커질수록 이권의 규모도 증가하니 이런 취약점도 같이 증가하는 셈이다.
서울에 40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들은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노후 주택을 재개발하는 사례가 늘고 단지가 클수록 이런 문제는 더욱 빈번해질 것이다. 주식시장에는 대리인 문제를 완화하는 방안이 많이 검토돼 있다. 재건축 조합에도 도입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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