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페이스북 모기업)의 주력 VR 헤드셋인 ‘메타 퀘스트2′를 쓰고 VR 콘텐츠를 즐기는 모습. 2020년 출시된 이 제품은 지금까지 1000만대 이상 판매됐다. /메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이 스마트폰을 이을 차세대 플랫폼으로 부상하면서 메타(페이스북 모기업)가 장악하고 있는 VR·AR 기기 시장에 빅테크들이 속속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오는 6월 열리는 세계개발자대회(WWDC)에서 내년에 출시할 VR·AR 헤드셋 기능 일부를 미리 선보일 전망이다. WWDC는 애플의 주요 미디어 행사로, 애플은 매년 이 무대를 통해 출시를 앞둔 차세대 기술을 선보였다. 블룸버그는 “애플 제품의 새 운영체제인 iOS 16 시험판에도 헤드셋에 대한 언급이 가득하다”고 전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지난해 VR·AR 헤드셋 출하량은 1120만대로 전년 대비 92.1% 증가했다. 현재 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은 메타다. 메타는 지난 2014년 VR 헤드셋 개발업체 오큘러스를 20억달러에 인수한 뒤 2016년부터 제품을 출시해 지난해 기준 VR·AR 통합 시장 점유율 78%를 달성했다. 주력 제품인 ‘메타 퀘스트2′는 누적 판매량이 지난해 1000만대를 넘어섰다.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의 등장과 함께 VR·AR 기기 시장이 급성장할 가능성을 보이자 이름을 알 만한 테크 기업들이 죄다 신제품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 2월 차세대 VR 헤드셋 기기 ‘VR2′ 디자인을 공개한 소니는 내년 출시를 앞두고 있고, 미국의 게임 개발·유통사 밸브도 PC 게임 온라인 유통 플랫폼 ‘스팀’을 통해 VR 헤드셋 ‘밸브 인덱스’ 점유율을 늘려나가고 있다.

애플과 함께 스마트폰 생태계를 양분하는 구글도 “AR은 우리의 주요 투자 분야가 될 것”이라는 선언과 함께 2024년 출시를 목표로 AR 헤드셋 개발에 착수했다. 미국 소셜미디어 기업 스냅 역시 “우리 목표는 AR 플랫폼”이라며 AR 기기 개발에 나섰다. 이에 질세라 메타 역시 차세대 고성능 VR·AR 헤드셋 기기 개발 프로젝트인 ‘캄브리아’를 진행 중이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거의 모든 빅테크가 VR 또는 AR 헤드셋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며 “애플의 제품 출시가 그간 시장에 미쳐온 영향을 감안할 때 스마트폰에 중심이 되어온 컴퓨팅 환경 전환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넘어야 할 산도 있다. VR·AR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는 ‘킬러 콘텐츠’의 부재다. 기기 보급을 가속할 만큼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콘텐츠가 여태껏 나오지 않았다. 대부분의 VR 콘텐츠는 게임에 포진해 있는데 VR 게임 이용률마저 저조한 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작년 기준 지난 4년간 국내 VR 게임 이용률은 5.8%에 그쳤다.

그러다 보니 메타 같은 선도 기업들은 관련 콘텐츠 개발에 절치부심이다. 그나마 메타가 작년 12월 출시한 VR판 소셜미디어 ‘호라이즌 월드’는 출시 3개월 만에 월간 사용자 수가 30만명을 돌파하며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내년부터 VR 콘텐츠 시장이 VR 하드웨어 시장을 능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