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최서단 브리티시컬럼비아주(州) 지역 노숙림(老熟林)에선 산림 전쟁이 한창이다. 벌채 기업들과 숲을 지키려는 환경운동가들이 충돌한 것이다. 본격적인 벌목 반대 시위가 시작된 2020년 8월 이후 불법 시위 등으로 지금까지 체포된 활동가만 1100명이 넘는다. 캐나다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시민불복종 운동으로, 시위 금지를 놓고 법정 다툼도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특이한 점은 양측 모두 친환경을 주장한다는 점이다. 다툼의 중심에는 산림 바이오매스(생물 연료)가 있다. 원목으로 쓰기 어려운 나무나 가지 같은 임업 부산물을 압축·성형해 만든 목재 펠릿이나 잘게 잘라낸 목재칩을 말하는데,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재생에너지로 분류되면서 수요가 크게 늘었다. 영국의 대표적인 화력 발전회사 드랙스(Drax)는 “목재 펠릿을 이용하면 (발전 시) 탄소 발생량이 석탄보다 약 80% 낮다”며 바이오매스 생산을 늘리고 있다. 작년 기준 이 회사가 생산한 바이오매스 중 16.6%가 캐나다에서 공급됐는데, 대부분이 브리티시컬럼비아 지역 숲에서 벌목됐다.
벌목 업체와 발전 업체는 나무 수령이 오래될수록 탄소 흡수·저장 능력이 떨어지는 만큼 바이오매스로 활용하는 게 환경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대부분 정부와 국제기구도 산림 바이오매스를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물론 녹색 정책의 대표 주자인 EU(유럽연합) 역시 친환경 에너지원 분류 체계인 ‘그린 택소노미’에 바이오매스를 포함한다.
국립산림과학원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UN 산하기관)의 산정 방법에 따르면 목재 펠릿 1t은 유연탄(발전용) 604.65㎏을 대체할 수 있어 1.48t의 이산화탄소 감축이 가능하다”며 “기타 해외 자료들도 목재 펠릿의 함수율이 10% 이하로 관리되면 연소할 때 석탄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다고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환경단체들과 일부 연구기관은 산림 바이오매스가 오히려 삼림을 파괴하고 탄소 배출을 확대한다고 주장한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인 채텀하우스는 “새로 심은 나무는 벌목해 태워버린 나무보다 탄소 흡수량이 적다는 사실이 간과됐다”며 “전체 생애주기로 보면 나무 연료가 석탄 같은 화석연료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더 많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환경단체 천연자연보호위원회(NRDC)도 바이오매스 발전소가 뿜어낸 탄소를 새로 심은 나무가 자라 모두 흡수하기까지 약 70년이 걸린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산림 바이오매스를 포함한 바이오 에너지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 커지는 양상이다. 생태·환경·에너지 등을 연구하는 전 세계 과학자와 경제학자 500여 명은 작년 2월 “바이오에너지는 친환경 에너지가 아니며, 각국 정부는 관련 지원을 철회하라”는 취지의 성명서를 한국·미국·일본·EU 정상에게 보냈다. 지난 2월엔 전 세계 50개 기후단체가 “바이오에너지를 택소노미에서 배제하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EU에 보냈다. IRENA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재생에너지 발전량 중 8%가 바이오에너지에서 비롯됐고, 바이오에너지의 69%는 산림 바이오매스로 대표되는 고체 바이오연료가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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