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아스트라칸 지역에 설치된 풍력발전 단지. /연합뉴스

친환경을 표방하는 녹색 기업에 작년은 르네상스였다. 글로벌 탄소 중립 대응이 본격화되면서 재생에너지와 배터리, 전기차 같은 신사업 분야에 막대한 투자금이 몰린 덕분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피치북에 따르면, 지난해 약 1200개의 비상장 녹색 스타트업들이 유치한 투자금은 무려 452억달러(약 55조897억원)에 달했다. 전년 투자 유치액(233억달러)의 거의 두 배 수준으로 사상 최고치다. 미국 경제 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녹색 스타트업이 작년 복권에 당첨됐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증시 상장에 성공한 녹색 기업들 역시 450억달러의 자금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상장·비상장을 합쳐 친환경 기업에 총 110조원이 넘는 돈이 쏠린 것이다. 작년 11월 10일 나스닥에 상장한 미국의 전기차 제조업체 리비안이 대표적이다. 리비안은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약 140억달러 자본금을 조달했고, 시가총액은 상장 6일 만에 1519억5000만달러(약 180조원)에 달했다.

하지만 요즘 들어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제2의 테슬라’로 큰 기대를 모았던 리비안의 경우 주가가 지난 24일 기준 46.84달러로 작년 고점 대비 72.7% 폭락했다. 다른 녹색 기업들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친환경 기업에 투자하는 가장 큰 규모의 ETF(상장지수펀드) ‘아이셰어즈 글로벌 클린에너지(ICLN)’의 경우 2020년 연말 대비 주가가 20~30% 떨어진 상태다. ICLN에는 태양광 기업 엔페이즈 에너지와 세계 최대 풍력터빈 제조사 베스타스 등 76개 종목이 편입돼 있다.

이 밖에 인베스코 솔라(TAN), 퍼스트 트러스트 나스닥 에지 그린에너지(QCLN) 같은 친환경 ETF 역시 지난해부터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미국 중·소형주로 구성된 러셀 2000지수가 5% 가까이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인플레이션 압력에 따른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과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 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러 악재가 작용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실적이 주가를 받쳐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WSJ는 “실적에 비해 친환경 기업들의 가치가 과대평가됐다는 회의론이 일면서 주가도 큰 폭으로 내렸다”며 “최근 친환경 분야 투자가 지난해보다 소극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투자자도 회사가 약속했던 구체적 성과를 보이라고 압박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예를 들어 리비안의 경우 지난 4분기 24억6100만달러라는 막대한 순손실을 기록한 데다 올해 생산량도 당초 기대한 4만대에 못 미친 2만5000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덴마크에 본사를 둔 풍력터빈 회사 베스타스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망 대란 등으로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억7600만유로(약 2361억원)에 그쳤다. 1년 전에 비해 77% 감소한 액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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