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보유세 부과 기준이 되는 주택 공시가격을 1세대 1주택자에 한해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하면서 올해 1주택자의 세금 부담이 대폭 완화될 전망이다. 23일 정부 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1세대 1주택자 보유세 부담 완화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1세대 1주택자의 보유세를 산정할 때 지난해 공시가격을 적용해 세금을 매기기로 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한국에서 부동산 세제와 관련해서 진보 진영이 자주 거론하는 사람이 19세기 미국 재야 경제학자 헨리 조지다. 그의 저서 ‘진보와 빈곤’은 부동산 세금 인상을 정당화하는 주요한 사상적 근거로 활용된다.

현대 산업사회의 주된 문제인 빈익빈 부익부의 원인은 무엇인가. 헨리 조지는 그 이유는 부동산 때문이라고 봤다. 모든 경제 활동은 부동산을 근거로 한다. 부동산이 없는 사람은 자기 소득의 잉여 대부분을 월세로 내야 한다. 그래서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은 부자가 되고, 부동산을 소유하지 않은 사람은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부자가 될 수 없다.

◇ 무덤 속 헨리 조지가 노한다

헨리 조지는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으로 부동산 공유제를 제시한다. 하지만 꼭 부동산 공유제일 필요는 없다. 부동산에서 생기는 이익을 모두 세금으로 거두면 부동산 공유제와 똑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러면 부동산을 통한 불로소득이 없어지고, 모두가 자기 경제활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얻을 수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논의되는 부동산 공유제, 부동산세 확대는 이런 헨리 조지의 논리를 기본 바탕으로 한다.

그런데 헨리 조지는 ‘진보와 빈곤’에서 두 가지를 제시했다. 하나는 부동산의 모든 지대를 세금으로 걷자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부동산세 이외의 모든 세금은 폐지하자는 것이다. 헨리 조지는 세금으로 인해 사람들의 행동이 변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보았다. 소득에 세금을 매기면 사람들은 보다 덜 벌려고 할 것이고, 자동차에 세금을 매기면 자동차를 덜 사려 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세금은 좋은 세금이 아니다. 부동산 보유에 대한 세금은 이런 행동 변화를 거의 일으키지 않는다. 그래서 부동산에만 세금을 매기고, 다른 세금은 모두 폐지할 것을 주장했다.

헨리 조지가 쓴 ‘진보와 빈곤’
한국 진보진영 아전인수 해석
“부동산 뺀 모든 세금 폐지 하자”는
그의 주장은 거의 언급 안해

그런데 한국의 진보 진영은 헨리 조지가 부동산에 높은 세금을 매겨야 한다고 주장한 것만 이야기한다. 부동산세 이외의 세금은 모두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 특히 세금 때문에 사람들의 행동이 변화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 한국의 부동산 세제는 헨리 조지의 철학과도 맞지 않는다. 한국의 높은 취득세는 집을 살까 말까 고민하게 만든다. 높은 양도소득세는 집을 팔지 말지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헨리 조지는 사람들의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부동산 세제를 주장했는데, 한국의 부동산 세제는 사람들의 행동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헨리 조지의 주장대로 부동산이 사회문제의 원천이라고 생각한다면 보유세 이외의 부동산세는 없애는 것이 맞는다. 경제적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세제를 고집하면서 헨리 조지를 인용하는 건 아전인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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