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확산에 철옹성 같던 코로나 방역 전선이 무너지고,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서방 진영과 갈등까지 깊어지면서 중국 경제가 팬데믹 이후 최대 암초를 만났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등 주요 기관들은 올해 중국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는 추세다. 그러자 지난달까지만 해도 선방하던 중국 증시도 요동치고 있다. 중국 본토 증시는 최근 한달 사이 10% 넘게 하락했고, 중국 주요 기업이 다수 포진한 홍콩 증시도 20~30% 급락하다 16일 급반등했다.

당분간 중국 증시의 변동성이 높게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중국 물가가 여전히 1%대에 불과하고, 올해 대대적 경기 부양을 펼칠 것이란 점 등을 들어 차츰 안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하는 중국 증시 전망을 WEEKLY BIZ가 짚어봤다.

그래픽=김의균

◇코로나 급증에 직격탄 맞은 中 증시

올 들어 글로벌 증시 전체에 짙은 먹구름이 낀 가운데 중국 증시는 특히 더 우울하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국 증시가 지난 한 달간 4~6%가량 하락하는 동안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0% 넘게 하락했다. 올 초만 해도 3600선에서 움직이던 상하이지수는 3000선을 위협받고 있다.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H주)으로 구성된 홍콩H지수는 같은 기간 무려 26%나 폭락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미국과 유럽보다 3~4%포인트 높은 연중 수익률을 보이던 중국 증시가 이달 들어 크게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가장 큰 원인은 팬데믹 발생 초기 이후 최고치까지 치솟은 코로나 확산세다.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중국의 코로나 신규 확진자는 844명(1주일 평균)으로 40~50명 수준이던 지난달 평균치보다 20배가량 폭증했다.

13일 중국 광동성 선전시 주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인구 1750만 명의 '중국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선전시는 이날 신규 확진자가 60명 나오자 도시 봉쇄령을 내렸다. /AFP연합

이로 인해 중국의 실리콘밸리라는 선전이 봉쇄되고, 경제 수도 상하이는 준봉쇄 수준의 방역 강화 지침이 떨어졌다. 지린성의 창춘시와 지린시도 이달 들어 전격 봉쇄가 이뤄졌다. 본토에서 코로나 발생을 제로(0)화하겠다는 정책을 고수해 온 중국 정부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코로나 확진자 급증과 강도 높은 방역으로 중국 내 소비 부진과 생산 차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이동연 연구원은 “선전 등 소비력이 강한 대표 도시까지 봉쇄되면서 소비주 중심으로 투자 심리가 크게 악화되고 있다”며 “선전에서는 다수 글로벌 IT, 자동차 기업이 공장을 가동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봉쇄 조치로 산업 생산 증가율도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둔화 우려에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최근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5.3%에서 5.1%로 하향 조정했다.

◇中 목까지 조여오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도 중국 경제에 부담이다. 서방 진영이 러시아 크렘린궁의 숨통을 끊어놓기 위한 초강력 제재를 쏟아내는 가운데 러시아의 우방인 중국 역시 칼날을 피하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초반만 해도 러시아가 서방의 압박에 맞서기 위해 중국 기업과 거래를 늘리고, 위안화 결제를 활성화하는 등 중국 의존도를 높이며 중국 경제가 반사 이익을 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이러한 기대는 크게 꺾인 상태다.

사면초가에 빠진 러시아가 중국에 군사 지원 등 도움을 요청하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서방 진영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의 손을 잡았다가는 가뜩이나 갈등이 심한 미국의 경제 보복이 거세질 것이 두렵고, 요청을 거절하자니 자유주의 진영과 벌이는 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잃게 될까 걱정이다. 보니 글레이저 독일 마셜펀드 아시아프로그램 국장은 워싱턴포스트에 “(러시아의) 침략을 용인하고 개입하기를 거부하면 서방의 중국에 대한 인식이 더욱 나빠질 뿐”이라며 “중국은 러시아를 도와줄 경우의 비용과 이익을 신중히 계산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 8일 바이지선저우(百濟神州) 등 중국 기업 5곳이 회계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예비 상장폐지 명단에 올린 것도 중국에 대한 압박의 하나로 해석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상당수 서방 금융기관이 중국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진핑(맨 앞줄) 중국 국가주석이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격) 개막식에서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시 주석은 다른 참석자와 달리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이날 개막식 정부 업무 보고에서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목표를 6% 이상으로 제시했다. /AFP 연합뉴스

◇낮은 물가와 금리, 부양책에 기대

중국에 대한 암울한 전망이 쏟아지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반등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기도 한다.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에 신음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중국은 정부의 강력한 통제 덕에 소비자물가가 안정적이고, 금리도 낮게 유지하고 있으며 올해 경기 부양책이 쏟아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0년 9월 이후 한 차례(작년 11월)를 제외하면 2% 미만을 유지 중이다. 올 1월 상승률도 0.9%에 그쳤다.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돈줄을 죄는 데 여념이 없는 다른 나라와 달리 중국은 최근 2000억위안(약 39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자금을 시중에 풀었다.

올해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앞둔 중국 정부가 시장의 평균 전망치(5% 내외)보다 훨씬 높은 성장률 목표(5.5% 내외)를 세우고, 대대적 감세 조치와 재정 투입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낙관론의 주요 근거로 꼽힌다.

이달 초 열린 양회(兩會)에서 중국 정부는 감세와 수수료 인하 규모를 사상 최고치인 2조5000억위안(약 490조원)까지 늘리고, 예산조정기금 등 채널을 통해 1조2000억위안(약 235조원)의 자금을 투입할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러한 기대감에 미 증시에 상장된 ‘3대 중국 상장지수펀드(ETF)’에는 올 들어 29억달러(약 3조6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유입됐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지수가 당장 상승하기는 어렵겠지만 정부가 육성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친환경, 신형 인프라 업종 중심으로 대상을 좁혀 선별 투자하는 것은 고려할 만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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