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대유행)으로 재택근무가 가속화되면서 기술 인재 유치를 위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지난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연차보고서(10K)에 명시한 ‘위험 요인(Risk Factor)’ 중 하나다. 10K는 미국 상장 기업들이 한 해의 재무 성과를 종합적으로 담은 보고서로, 매년 회계연도가 끝난 뒤 90일 이내에 반드시 공시해야 한다. 위험 요인 항목에는 발생할 경우 자사의 재무 상태, 영업 실적, 현금 흐름, 주가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리스크들이 나열돼 있다. 인텔이 업계 내 경쟁 심화, 공급망 위기, 규제 환경 등과 함께 ‘변화하는 근무 환경’을 위험 요인으로 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이연주

올해 10K에서 근무 환경 변화에 따른 인재 유출 가능성을 위험 요인으로 꼽은 회사는 인텔뿐만이 아니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회사 아마존은 “현재와 미래의 근무 환경에 대한 변화가 직원의 요구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거나 다른 회사에 비해 불리한 것으로 인식되어, 자격을 갖춘 직원을 고용하고 유지하는 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소셜미디어 기업 핀터레스트 역시 “향후 자사의 근무 환경 전략이 기존 직원 및 잠재적인 미래 직원들의 요구에 미치지 못할 수 있으며, 이들은 다른 회사의 근무 환경 모델을 더 선호할 수 있다”고 했다. 미 경제 매체 CNBC는 “이 같은 10K 보고서는 팬데믹이 발생한 지 2년이 넘었지만 대기업들이 직원을 사무실로 복귀시킬 방법과 그 위험성에 대해 여전히 저울질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코로나 확산세가 둔화됐는데도 기업들이 선뜻 사무실 복귀를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코로나 상황과 상관없이 재택 근무를 선호하는 근로자들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특히 IT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 섣불리 ‘전원 출근’을 선언했다가 대규모 인재 유출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크다.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1월 직장인 588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재택 근무자의 78%가 ‘팬데믹이 끝난 뒤에도 영구적으로 재택 근무를 하고 싶다’고 답했다. 1년 전(64%)에 비해 14%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퓨리서치는 “사무실이 문을 열어도 사람들은 집에서 일하는 것을 의식적으로 선택하고 있다”며 “재택 근무자들은 일과 삶의 균형을 찾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그런 결정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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