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샤넬과 에르메스, 디올 등 명품 업체들이 줄줄이 가격을 인상했다. 적게는 3%, 많게는 20%까지 올렸으니 소비자들의 가격 부담이 꽤 커진 셈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우리가 호구냐’는 불만이 나온다.
가격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가치’라는 추상적 개념을 눈으로 인지할 수 있게 만드는 수단이다. 가격에 따라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 수준과 반응도 달라진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가격의 ‘품격 효과’라고 한다. 사람들은 가격이 가치를 반영한다고 여기므로, 가격이 높을수록 더 높은 품격을 가졌다고 여긴다. 가격을 가치의 대리 지표로 사용하는 것이다. 상품에 대한 가치를 판별하기가 어려울수록 더욱 그렇다.
품격 효과가 제대로 힘을 발휘하는 분야가 바로 명품 분야다. 명품의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명품의 품질이 좋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품질 외에 다른 가치 요소가 어느 정도 되는지는 측정하기 매우 어렵다. 브랜드·디자인·희소성·문화적 가치 등이 결합되는데 어느 하나 제대로 측정하기 쉽지 않다. 확실한 건 사람들은 이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이 명품을 갈망한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어떤 이들은 “명품의 가격에는 상한선이 없다”고도 한다.
실제로도 그렇다. 에르메스 버킨백 가격이 10% 오른다고 해서 그 가격이 가치를 넘어섰다고 할 수 있을까? 명품 브랜드들이 가격을 인상할 때 소비자들이 갖는 불만은 ‘가치 대비 가격이 너무 올랐다’가 아니라 ‘가격이 올라서 내가 사기 힘들어졌다’이다. 그렇게 오른 가격으로 인해 전보다 더 아무나 살 수 없는 상품이 된다. 명품의 생명인 희소성과 품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주기적으로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더구나 몇 년 전부터 명품 업체들이 줄기차게 가격을 올렸어도 수요는 여전히 차고 넘친다. 백화점 오픈런이 그 증거다. 수요 공급 이론으로 보더라도 수요 초과 상태는 그만큼 가격을 균형점에 비해 낮게 책정했다는 의미이며, 매출과 영업이익을 충분히 거두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명품 업체 입장에선 가격 인상을 꺼릴 이유가 없다.
명품 소비자들은 자신은 명품을 갖길 원하면서도 아무나 갖길 원하지는 않는다. 바로 이 점이 명품 브랜드들이 자신 있게 가격을 인상하는 이유다. 모두가 나까지만 갖길 원하지만 이 욕구를 충족할 가격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가격은 존재할 수 있다. 아무나 가질 수 없기에 가졌을 때 얻는 만족은 더욱 크기 마련이다. 명품 브랜드는 그렇게 가격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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